지난 2월 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10개월 만에 8만6,000여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했고, 실제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이들은 2만8,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도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연락이 되지 않는 무연고자, 독거노인, 종교인 등에게는 아직도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성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원장(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과 김명희 사무총장(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27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달 3일 기준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총 8만6,691명,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은 1만3,182건으로 집계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아직 의식이 있고 건강한 사람이, 연명의료계획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작성한다.
이 기간 연명의료중단을 실제로 이행한 사람은 총 2만8,256명으로, 환자가족 전원합의가 1만272건(36.4%)으로 가장 많았고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에 의한 시행이 9,020건(31.9%), △2인 이상 환자가족이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했다고 일치된 진술을 한 경우가 8,737건(30.9%)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의한 시행 227건(0.8%)으로 아직 미미했다.
문제는 여전히 연명의료중단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 사무총장은 “가족이 없거나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무연고자, 독거노인, 그리고 일부 종교인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계속되고 있다”며 “시ㆍ구립병원에서는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가족이 없기 때문에 무연고자들에 대한 연명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특히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내용이 입법 과정에서 빠졌지만 이제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2명의 전문의가 모두 회생 가능성 없는 임종기에 들어갔다고 판단했을 때만 연명치료를 중단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무연고자란 이유로 쉽게 산소호흡기를 뗄 것이라는 추측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30, 40년 전에 가족과 연락을 끊은 스님이나 신부 등 일부 종교인의 경우도 가족의 동의를 받지 못해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저소득층이 연명의료 중단을 더 많이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연명의료 중단자의 경제상황을 실제로 파악해 보지는 않았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주비가 비싸다는 모 시니어타운에서도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강의를 신청해서 듣고 그 자리에서 62명 정도가 사전의향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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