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공동연구단 주도 소송만 적극 지원” 교통정리… 연구단 “일부 단체 혼란 초래”
“안녕하세요. 포항 A고 총동창회 사무국입니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유발지진임이 국제학회에서 재확인됐습니다. 포항시민 전체는 피해청구 가능합니다. 동문 여러분도 피해보상 받으세요. 편리한 모바일 소송접수방법 안내합니다. 담당변호사는 검사출신 동문입니다.” 최근 포항지역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소송안내 문자메시지의 하나다.
포항지진 발생 1년이 지나면서 대정부 소송이 기정사실화하자 소송 수임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의 최종 연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지연 학연 혈연 등 가능한 모든 연을 동원해 수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성조 포항시의원은 최근 시의회 자유발언을 통해 “서울지역 일부 법무법인이 인지대 포함 10만원의 착수금만 내면 1,500만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지진피해소송 영업이 기승이다”며 포항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법무법인은 문자메시지나 구전홍보단 등을 동원해 승소가 거의 확실하다는 식으로 모바일로 소송을 접수할 것을 권하고 있다. 2만 명이 넘는 포항시민이 접수했다는 정체불명의 유언비어도 난무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진피해 대책위원회가 난립하면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며 포항시의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인명피해나 재산피해 등 피해사실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정신적 피해보상 여부는 불투명한데다 승소하더라도 1,500만원이라는 금액은 여타 소송에 비춰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건 때 일부 대구시민이 유출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정신적 피해는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사회적 인식이 변했지만, 다른 집단소송에서 볼 때 중상자가 아니라면 위자료 규모는 1,500만원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시도 교통정리에 나섰다. 포항시가 활동을 지원하는 ‘11ㆍ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이 준비하는 지진 피해 소송만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연구단은 2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부 단체의 소송으로 혼란을 겪는 시민들이 많아 동요하지 않도록 추가 설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단 공봉학 변호사는 “내년 3월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을 조사 중인 정부 정밀조사단의 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며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의 유발지진이고 정부가 책임을 인정한다면 소송이 필요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 제기 시점을 내년 3월로 잡은 이유로, 물적 피해는 천차만별이라 우선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부터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민 대표 약 100명이 먼저 소송을 제기한 뒤 순차적으로 소장을 접수할 복안이다.
김종식 포항시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포항시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의 유발지진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미 지난해 5월 법률자문단을 출범하는 등 오랜 준비를 해 왔다”며 “포항시는 법률자문단이 포함된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이 준비하는 지진피해 소송만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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