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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 화교 통해 ‘우리 안의 타자’ 조명

입력
2018.12.28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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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심사평]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친 책들과 한반도 평화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들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을의 민주주의’(진태원)와 ‘한반도 전쟁과 평화’(이삼성)가 대표적이었다. 이삼성은 오래 전부터 북한 핵 문제 해결책을 남북의 평화체제 구축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선견지명이 있는 학자로 갈채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이 더욱 주목한 것은 진태원의 책이었다. 그는 우리사회 곳곳에 강고하게 남아 있는 봉건적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 철학적으로 고뇌하였다. 서양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그는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였다. 우리는 장차 그가 특유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많은 심사위원이 이번의 수상작으로 떠올린 것은 이정희의 ‘한반도 화교사’였다. 저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우리 안의 소수자로 존재한 화교의 문제를 다루었다. 어찌 보면, 화교는 지나치게 특수하고 협소한 주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살고 있는 화교란 존재는, 우리사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 방식을 상징한다. 실은 대단히 중요한 주제란 말이다.

화교는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평소에 잊고 지내는 사람들이다. 이정희는 그들에 관한 방대한 문헌 및 구술 자료를 구축했다. 이로써 망각된 역사를 복원해, 한중일 3국의 정치경제가 어떻게 맞물려 있었는지를 드러냈다. 또, 당대 세계를 지배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라는 거대담론이 미시적 차원에서 어떻게 작동하였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의식주의 역사를 정밀하게 파헤친 생활사라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시대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시민적 정체성의 확립이 요구되는 이때, 이정희의 책은 역사의 시금석이 될 만하다.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학술 저작도 시대의 고뇌를 비껴갈 수 없다. 새해에는 무역 갈등과 환경 파괴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현안을 깊이 분석한 저술이 많기를 기대한다.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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