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에볼라ㆍ폭력사태 등 3곳, 내년 3월 선거”
나머지 지역은 예정대로 실시… “2019년 1월 결과 발표”
대선 투표서 빠지는 셈… 야권 “수용 불가” 강력 반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오는 30일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일부 지역의 선거 일정이 수개월 후로 미뤄졌다.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등을 이유로 3개 지역에만 내려진 ‘제한적 조치’지만, 당초 23일로 잡혔던 선거가 일주일 늦춰진 데 이어 또다시 연기된 것이다. 야권에선 현 정부의 집권 연장을 노린 ‘꼼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콩고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동부 베니와 부템보, 서부 윰비 등 도시 3곳의 선거 일정을 내년 3월로 미룬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치명적인 전염병 에볼라가 수백명을 감염시킨 특정 지역의 선거는 수개월 연기될 것”이라며 “다만 나머지 지역에선 예정대로 30일 선거가 치러지고, 최종 결과는 내년 1월 15일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베니, 부템보에선 올해 8월 이후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수백명이 숨졌고, 윰비의 경우는 지난주 100여명이 사망한 종족 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야권은 선관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선관위 발표는 결국 선거가 연기된 3개 지역의 투표가 대선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데, 공교롭게도 베니와 부템보는 반정부 성향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야권 동맹 지도자이자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인 마르탱 파율루 의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지역(베니, 부템보)에서 선거운동을 했고, 숨진 사람도 없다”며 “그런 식으로 ‘120만표’를 지워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선관위가 에볼라를 핑계로 대는 건 잘못이며, 이는 선거의 진실을 강탈하려는 다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야당 후보들도 일제히 선관위를 비난했다.
이처럼 야권의 의심이 짙은 건 이번 대선이 이미 2년이나 미뤄진 선거라는 사실에 이유가 있다. 2001년 과도정부 수반을 거쳐 2006ㆍ2011년 대선 승리로 총 18년간 집권한 조지프 카빌라 현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2016년 12월 19일로 끝났다. 하지만 카빌라 정부는 2016년 11월 17일로 예정됐던 대선을 두 차례나 연기했고, 국내ㆍ외에서 ‘집권 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올해 8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여당 후보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에마뉘엘 라마자니 샤다리 전 내무장관이 나서자 다시 “카빌라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샤다리를 앞세워 계속 나라를 통치하려 들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대선을 또 연기할지 모른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달 23일 치러져야 했던 선거는 30일로 미뤄졌고, 이번 선관위 발표로 ‘일부 야권 강세’ 지역은 아예 대선과는 무관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게다가 선진국조차 꺼리는 전자투표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투표결과 조작, 부정 선거’ 우려도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1960년 벨기에의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민주콩고는 군부 쿠데타가 잇따라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경험하지 못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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