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ㆍ삼성생명 차명주식 재산 중 일부인 3조5,000억원에 대해 내년 말까지 70~80%의 증여세와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기재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의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범위를 두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번 유권해석의 핵심은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느냐 여부다.
당초 상증세법은 주식처럼 등기나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가 다른 경우 명의자가 그 재산을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간주,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조항이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해 재산을 은닉하고 조세를 포탈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취지다.
하지만 차명주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1997년 초부터 1998년 말까지 2년간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돌릴 기회를 주고, 이때 실명전환 하지 않은 차명주식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간주했다. 또 2003년에는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도입했다. 이는 2003년 1월1일 이전에 주식 등의 소유권을 취득했으나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사람은 2003년 1월 1일에 소유권으로 취득한 것으로 볼 테니 2004년 12월 31일까지 실소유자 이름으로 명의개서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2005년 1월 1일에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계속 임직원 명의로 차명주식을 관리했고, 결국 2008년 특검 수사로 실태가 드러났다.
일단 ‘명의신탁 의제조항’ 조항의 경우 이 회장의 차명주식에 대한 과세시효가 지나 과세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재부는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도 어렵다고 본다. 기재부 관계자는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으로 과세를 하는 것은 실제 소유자가 (주식을) 다른 사람한테 팔고 난 후 명의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라며 “반면 이 회장은 주식을 팔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명의개서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실소유자가 자신 앞으로 명의개서 하지 않고 제3자의 이름으로 명의변경한 사례에도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차명주식의 소유권 취득일은 2003년 1월 1일로 간주되고, 내년 말(부정한 조세회피는 과세시효 15년)까지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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