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이면 곰도 사람이 되는 시간인데…..”
지난 10월초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유치원 3법의 상임위 처리가 끝내 불발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치원법은 이달 초만해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예산안 협상이 끝난 지난 7일 밤 여야 원내지도부는 처리가 불발되자 국회에서 고성과 욕설을 주고 받았다. 자유한국당의 말 바꾸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폭발한 것이다. 결의를 다졌던 민주당, 약속을 깨 머쓱한 한국당 모습에 늦었지만 이때만해도 유치원법은 금세 처리될 것 같았다.
기대와 달리 20일간 논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연내 상임위 통과’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결단을 내리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국회를 보고 있으면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10월 초 박 의원이 유치원 비리를 건드렸을 때, 정치권은 ‘터질 게 터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논의-불발’을 반복하며 100여일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발목잡기로 일관한 한국당은 뻔뻔했고, 민심을 정치에 반영하지 못한 민주당은 무능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기대했던 바른미래당은 무기력했다.
정부ㆍ여당이 여론을 등에 업고 밀어붙였던 11월만 해도 뭔가 바뀌는 듯 했지만, 민주당은 중재안을 내겠다는 한국당의 말에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국당은 ‘한유총 감싸기’란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심과 동떨어진 길을 걸었다. 결국 남은 건 패스트트랙으로, 330일 뒤 본회의 처리와 처벌 1년 유예 조항을 고려하면 비리 유치원에 대한 제재는 2년 뒤에나 가능하다. 정치권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비리 유치원들의 탈출구를 마련해 준 꼴이 됐다.
유치원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된다면, 공교롭게도 사회 비리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민생법안들이 ‘패스트트랙 1ㆍ2호’란 이름을 갖게 된다. 1호 법안은 2년 6개월 전 세월호ㆍ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담은 ‘사회적 참사법’이었다. 국민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자고 외쳐도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의 구태는 2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국회에 100일간 마늘을 갖다 놓는다고 정치권이 바뀔 수 있을까. 국회 논의 과정을 보면서 이 기대는 또다시 무너졌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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