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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이틀 방위비 인상 압박… 한미 분담금 협상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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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이틀 방위비 인상 압박… 한미 분담금 협상 시계제로

입력
2018.12.26 18:30
수정
2018.12.26 20:46
6면
0 0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나라 군대에 보조금 안돼”

중대 변수 등장에 난감한 한국

美입장 번복 등 상황 예측 불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미국령 괌, 카타르, 바레인 등에 주둔 중인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미국령 괌, 카타르, 바레인 등에 주둔 중인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미간 이견을 좁혀가던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 압박으로 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처했다. ‘동맹 중시자’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의 퇴임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부자나라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해 불이익을 보지 않겠다”며 공세를 퍼붓자 차기 협상을 준비하던 정부도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당장 다음 협상 일정까지 잡지 못하는 등 협상이 당분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외 파병 장병들과 화상대화 중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트위터에서 매티스 장관과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관련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이어 이틀 연속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그 누구도 이런 질문들을 (동맹국에) 던지지 않았다는 점이 나와 그들을 차별화하는 대목”이라며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압박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는 한국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현재 미국과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는 우리가 유일해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향해 줄곧 방위비 인상을 요구해 와 새로운 입장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우리 입장에서 발언 타이밍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방위비분담협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내년 1월 회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정부 협상팀으로선 중대 변수가 생긴 상황이다.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 국무부의 티모시 베츠 대표가 각각 이끄는 양국 협상단은 지난 3월부터 이번 달 13일까지 10차례 회의를 거쳤으나 연내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10차 회의에서는 분담금 총액과 유효 기간, 연간상승률 등이 포함된 ‘총액 패키지’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모두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국방장관 교체 등을 계기로 미국이 차기 협상에서 기존 합의사항을 뒤집거나 총액 패키지를 두고 더 완고한 입장으로 나올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양국은 1월 협상(11차 회의) 일자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SMA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미측과 (협상 시기를)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협상마다 차기 회동 시기를 ‘내달 상반기’, ‘다음달 중순’ 등 대략적으로 합의해 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협상 타결이 요원해 보이자, 양국이 실무급 협상을 넘어 정상 내지는 고위급 담판으로 분담금 총액 관련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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