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전시 출품작 8개 모두 AI 기반
#청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밖에서 대화하기 어렵다. 비가 오거나 주변 소음이 심한 날은 더욱더 힘들다. 응용소프트웨어(앱)와 이어폰으로 구성된 ‘스네일사운드(SnailSound)’는 이런 이들을 위한 청력 보조 솔루션이다. 이어폰을 착용하면 인공지능(AI)이 스마트폰 마이크로 입력된 음성을 사용자에 맞춰 잘 안 들리는 구간 소리를 증폭시키고, 사람 목소리를 제외한 주변 소음은 제거한다. 스마트폰이 보청기로 변신하는 것이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아무리 고급 향수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질색을 한다. 이런 이들에겐 ‘퍼퓸블렌더(Perfume Blender)’가 제격이다. 좋아하는 향수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AI가 선호하는 향료들을 분석해 향 레시피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맘에 드는 향수를 찾기 위해 무작위로 향수 냄새를 맡을 필요가 없다. 전용 기기로 향수를 추출하거나 자신이 만든 레시피를 앱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스네일사운드와 퍼퓸블렌더는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C랩(Creative Lab)이 다음 달 8일(현지 시간) 개막해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19’에서 처음 소개할 연구 과제다. 이외에도 C랩에서 탄생한 ‘이전에 없던 기술’들이 전 세계 IT기업과 관람객들을 유혹하러 출동한다.
삼성전자는 CES 2019 기간 중 라스베이거스 샌즈 엑스포 1층 G홀 유레카 파크에 C랩 전시관을 설치해 8개 과제를 전시한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C랩 과제 약 40개 중에서 선정된 8개 과제는 모두 AI 기반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촬영과 편집이 동시에 가능한 비디오 생성 기술 ‘미디오(MEDEO)’는 AI가 영상을 분석해 가장 어울리는 음악과 영상 효과를 실시간으로 삽입한다. 미리 찍어둔 영상을 인식해 핵심 장면만 모은 전문가 수준의 자동 영상 편집도 지원한다.
‘티스플레이(Tisplay)’는 개인방송 출연자 의상에 가상 광고를 인쇄한 듯한 효과를 내는 솔루션이다. 컴퓨터 비전과 AI가 의상 표면을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광고를 삽입한다.
뉴스를 분석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이슈별 연관도가 높은 주제어를 통해 관련 뉴스를 추출하는 ‘프리즘잇(PRISMIT)’, 카메라로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해 학습과 휴식 등에 맞춰 조명을 최적화하는 ‘에이라이트(alight)’ 등도 AI 덕택에 실현된 기술이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 12월 도입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220여 개의 아이디어를 육성 중이고, 창업이 가능한 과제 36개는 스타트업으로 분사했다.
C랩은 전 세계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죄다 참가하는 CES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관심을 모았다. 소형 스마트 프린터 ‘망고슬래브'가 CES 2017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웨어러블 카메라 ‘핏360’ 등 C랩 출신 스핀오프 기업 3곳의 출품작도 CES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삼성 기어VR를 활용한 저시력 시각장애인용 솔루션 ‘릴루미노’처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착한 기술’도 C랩의 전매특허다. 스네일사운드 리더인 김원균 연구원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이 비싼 가격 때문에 보청기를 쓰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청력보조기구 필요성을 느껴 스네일사운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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