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 육군부대가 남북간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된 비무장지대(DMZ)내 GP(감시초소) 철조망을 부대를 방문한 몇몇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기념품으로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시설물을 군부대가 자의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상식밖의 행동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 육군 등에 따르면,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비롯, 김두관, 김정우, 김한정, 박정, 심기준, 윤호중 등 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은 강원 화천 육군 제7보병사단(사단장 박원호 소장)을 찾았다. 접경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기 위한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국방 전문위원, 외교 수석전문위원 등 2명도 방문단에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해당 의원들을 안내한 박원호 사단장은 이들 9명에게 액자 하나씩을 선물했다. 액자에는 지난 11일 철수된 GP의 잔해물에서 잘라낸 철조망이 담겨 있었다. 육군은 또 비슷한 시기 부대를 방문한 군인공제회 간부와 시중 대형은행 간부 등 2명에게도 각각 철조망 기념품을 선물했다.
육군의 이 같은 행동은 일단 군 당국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국방부는 GP 시범철수를 완료한 뒤인 이달 4일 GP 철수와 연관된 모든 육군부대에 “GP 잔해물의 평화와 문화적 활용이 검토되고 있는 잔해물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고 훼손하지 말라”는 공문을 이미 하달했다.
육군은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념품을 제작, 전달할 때까지 공문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문을 미처 숙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7사단의 행동은 몰상식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엄연히 군사시설물인 동시에 역사적 상징성 역시 적지 않은 GP철조망을 기념품으로 제작할 동안 주변 참모진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육군은 기념품 제작을 중단했고, 여당의원들은 육군에 기념품을 반납키로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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