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이 26일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을 압수수색했다.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청와대 협조 아래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는 군사보안시설로 지정돼 있어 절차에 따라 성실히 협조했다”고 밝혔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애초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분탕질을 방치하고 막지 못한 책임이 청와대에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첩보보고를 계속 올려 엄중 경고했다고 하지만, 경고가 아니라 진작에 검찰로 복귀시켰어야 했다. 전 정권 출신인 김 수사관을 기용해 불투명한 정보수집 활동을 하도록 한 책임은 어떤 식으로든 피하기 어렵다.
사건이 불거진 후 청와대의 서투른 대응도 화를 키웠다. 초기에 특감반 전원을 복귀시킨다고 발표할 때 그간의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라는 여론에도 청와대는 입을 닫았다. 그러다 파장이 커지자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거나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마치 6급 수사관과 청와대가 정면대결을 벌이는 듯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안겨 줬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야당 주장대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조직적으로 김 수사관 등에게 지시했는지 여부다. 검찰이 조속히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뜩이나 청와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에,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고발한 사건은 동부지검에 따로 배당한 것을 두고서도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마당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정권의 도덕성이 걸린 사안인 만큼 국민 관심이 크다. 검찰이 사건을 배당받은 지 닷새 만에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논란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청와대도 의혹을 남김없이 털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 청와대는 내부 기강잡기와 함께 책임질 것은 책임진다는 자세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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