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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여덟 분 기억할게요” 추모제 참석자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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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여덟 분 기억할게요” 추모제 참석자들 눈물

입력
2018.12.26 17:15
수정
2018.12.26 21:4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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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마지막 수요시위… 8명의 기구한 운명 들으며 애도

“이제 25명 생존, 시간 얼마 없어” 일본 반성ㆍ정부 조치 촉구

2018년 마지막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린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람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18년 마지막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린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람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곱 살 때부터 아이 돌보는 일을 하는 등 갖은 일을 하며 집에 보탬이 되고자 하셨습니다. 스무 살 때 공장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다른 여성 30~40명과 함께 중국으로 끌려갔는데 거기에 일본 군인들이 막 우글우글해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흑룡강성 석문자위안소에서 끔찍한 성노예 피해를 당하셨습니다.”(김순옥 할머니, 12월 5일 별세)

“열네 살이던 1941년에 서울 마포구 복사골에서 연행되셨습니다. 방앗간 앞으로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갔는데, 쌀 가마 무게를 재는 저울 위에 딸들을 세우고 몸무게가 (일정 수준 이상) 나간다는 것 때문에 할머니는 엄마가 보는 자리에서 트럭에 태워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중국까지 이동하셨고, 내몽고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깊고 깊은 고통스런 삶 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안점순 할머니, 3월 30일 별세)

‘평화의 소녀상’도 털모자와 목도리로 무장할 정도로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태어나서부터 영면에 이르기까지, 여덟 사람의 기구한 운명이 줄줄이 읊어졌다. 올해 별세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다. 김 할머니와 안 할머니를 포함해 임모ㆍ김모ㆍ최덕례ㆍ김복득ㆍ하점연ㆍ이귀녀 할머니가 짧게는 88년, 길게는 100년의 삶을 뒤로한 채 올해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단 25명으로 줄었다.

정의기억연대가 이날 주최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는 올해 별세한 할머니들에 대한 합동추모제로 진행됐다. 무대 옆 환한 웃음을 짓는 할머니들의 사진 밑에는 은은한 촛불과 시민들이 헌화한 꽃이 놓였다. 평화의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모여 앉은 시민들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0만 소녀들의 짓밟힌 청춘은 우리 가슴 속에 되살아납니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할머니들을 추모했고, 할머니들이 걸어온 길을 들으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시위 참석자들은 생전 지근거리에서 함께했던 할머니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할머니들의 뜻을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향미 수원평화나비 대표는 “아직 휴대폰에는 가족 사진보다 (안점순) 할머니의 사진이 더 많다”며 “할머니를 지울 수 없다. 아직 보내 드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눈물을 쏟았다. 경기 시흥시 장곡중 2학년 이경민(14)군 등 학생들은 “(별세한 할머니들은) 아픈 기억을 이겨내고 역사의 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일생을 바치신 분들”이라며 “스물다섯 분밖에 남지 않은 할머니들 모두 90세가 넘으셨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할머니들이 들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달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발표했지만, 일본에 10억엔이 반환되지 않는 등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여덟 분의 할머니, 아니 이름과 얼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할머니들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그 분들께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는 내년 3ㆍ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지난 100년을 당당히 기념하고 우리 미래세대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2018년 마지막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린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이치 교직원 합창단이 '서울의 소녀'를 노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18년 마지막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린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이치 교직원 합창단이 '서울의 소녀'를 노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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