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우리 함정의 레이더 가동에 대한 일본 조야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일 국장급 협의 이후 “우방국이 등을 쐈다”는 식의 초강경 반응은 다소 약화했지만 일본 정부 여당과 언론에서는 우리 정부의 사과와 함장 처분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결코 벌어질 수 없는 비정상적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논란의 핵심은 20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조난 선박을 수색 중이던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인 STIR-180을 가동했는지 여부다. 대함 레이더인 MW-08로 사고 해역을 탐색했을 뿐이라는 국방부 주장에 일본 방위성은 “화기관제 레이더 특유의 전파가 일정 시간 여러 차례 조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광개토대왕함의 공격적 행동에 P-1 초계기가 회피 기동을 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은 초계기의 레이더 수신 기록 등 구체적 근거는 사건 6일이 지나도록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 주장대로 초계기가 레이더 전파의 공격을 받았다면 수신된 주파수 등 기록을 공개하면 될 텐데 왜 변죽만 울리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거듭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당시 상황에 비춰보더라도 우리 해군이 적대국도 아닌 일본 초계기를 의도적으로 겨냥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광개토대왕함이 조난 당한 북한 선박의 구조를 위해 탐색 자산을 총동원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인도적 구조작전에 동참한 초계기를 위협한다는 건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본은 도리어 P-1 초계기가 저공 비행으로 먼저 도발하고 구조활동을 방해했다는 일부 주장에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본이 반발을 계속하는 데서는 다른 저의가 있다고밖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판결 등 악화일로의 한일관계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라면 실망스럽다. 한국을 적대시하는 일본 조야의 무리한 주장은 한일관계의 골만 깊게 할 뿐이다. 일부 일본 언론들이 사설 등을 통해 ‘한국은 일본의 의문에 답하라’고 주장했지만 일본 방위성이 자신 있다면 ‘레이더 피격’ 자료부터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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