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목소리로 듣는 분열성적표'
③ 이길보라 영화감독ㆍ작가

“너무나 힘들었어요. 한국에서 여성이자 청각장애를 가진 농인 부모의 자녀, 탈학교 청소년으로 사는 것. ‘다름’을 동정하고 차별하는 시선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거든요. 저는 제 다름에 대해 거의 매 순간 설명해야 했고요. 이러한 경험은 저를 예민하게, 동시에 성찰하게 만들었어요.
한국에서 지낸 27년간 늘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뒀어요. 지금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누가 무엇을 하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럼에도 저는 거의 반년 동안 여전히 타인을 의식했어요.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연중 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죠.
한국에서 행복의 기준은 남들과 같아지는 ‘정상성’에 있는 것처럼 보여요. 각자 환경과 경험이 다른데, 모두 어릴 때부터 똑같은 교육을 받고 비슷한 인간으로 자라는 걸 당연시해요. 한국의 획일적인 문화는 다름, 즉 온갖 소수자 혐오로 이어지고요. ‘소수자’라는 말도 이제는 불편해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소수자’를 규정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는 '다르다',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 사회의 일상에서 장애인을 좀처럼 보기 힘들잖아요. 찾아보면 많은 장애인들이 우리 주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이렇게 장애인을 타자화하는 것에서부터 혐오와 차별이 시작돼요.
“보라야. 괜찮아. 경험.” 차별로 인해 상처받을 때면 아빠는 손말과 표정으로 다독여주셨어요. 씩씩한 아빠를 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곤 했어요.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선보인 게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와 동명의 책이에요. 우리나라가 장차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실은 한마디로 “신경 끄세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런 말은 신문에 실리기 어렵겠죠? 하하.”
정리=김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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