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26일 상업포경 재개를 위해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식용 고래를 포획함으로써 고래고기를 즐겼던 고유 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와 이례적인 국제기구 탈퇴로 일본 외교의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고래 개체 수가 충분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보호만을 중시하는 국가들로부터 양보를 기대할 수 없다”며 탈퇴의 변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IWC 탈퇴안을 의결했다.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는 1987년 상업포경 중지 이후 약 32년 만이다.
IWC 규정에 따르면 내달 1일까지 탈퇴 의사를 통보할 경우 내년 7월부터 일본 근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상업포경에 나설 수 있다. 일본 포경문화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고래고기로 식량난을 견뎠다. 1962년 일본 내 연간 고래고기 소비량은 23만톤에 달할 정도로 식탁에 자주 올라왔다. 그러나 상업포경이 일시 정지된 1980년대 전반에는 4만톤 수준으로 급감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엔 약 3,000톤(국민 1인당 연간 30g) 정도만 소비됐다. 조사포경을 목적으로 포획된 고래가 식용으로 유통되기도 했으나 IWC를 공식 탈퇴하면 과거 상업포경이 번성했던 지역에선 포획량이 증가하고 관광산업이 부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실제 일본 정부의 탈퇴 추진은 상업포경이 활발했던 홋카이도(北海道)와 아오모리(靑森), 미야기(宮城)현 등을 지역구로 둔 자민당 의원들의 요구로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꾸준히 IWC에 상업포경 허용을 요구해 온 끝에 지난 9월 브라질에서 열린 총회에서 안건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특히 포경선의 거점이 있는 야마구치(山口)현과 상업포경이 번성했던 와카야마(和歌山)현은 각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유력 정치가들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의식해 추진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가토 다카시(加藤節) 세이케이(成蹊)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문화의 고유성도 중요하지만 국제적인 틀 안에서 어떻게 타협을 만들어가느냐가 정치인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를 포기하면 일본 외교 자체가 신뢰를 잃고 국익에 손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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