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장 근로감독관에게 내년 정기감독을 진행할 때 사전통보를 통해 사업장에 자율시정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근로감독관이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동경찰’의 역할을 강조해왔던 전임 김영주 장관과는 확실히 달라진 기조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영계의 목소리를 감안해 시장 친화적 시그널을 보낸 것인데, 노동계에서는 노동정책의 후퇴라며 잔뜩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용부는 26일 오후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전국 지방관서 근로감독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근로감독과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이는 이재갑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근로감독관들을 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핵심은 ‘경제ㆍ고용 여건을 고려한 자율시정’이었다. 내년 정기감독 대상인 2만여개 사업장에 대해 현장점검 1, 2개월 전에 점검계획을 통보해 사업장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준수할 수 있게 사내 제도 등을 시정할 시간을 주도록 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수시ㆍ특별감독을 제외하고는 사전 계도를 활성화라는 것이다. 또 일부 기업에게 추가 연장되는 주 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과 최저임금 자율 시정기간(최장 6개월)을 적극 활용해 기업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들이 적극 지원할 것도 주문했다. ‘시정지시 중심’ 보다 ‘사법처리 원칙’을 강화하겠다던 올해 고용부의 근로감독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앞서 김영주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근로감독관과의 만남에서 형식적 현장점검과 시정조치 위주 단속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런 기조 변화에 노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면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 기업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정부가 사용자 측 의견에만 집중하면서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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