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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또 황금돼지해?

입력
2018.12.26 18:00
수정
2018.12.27 16: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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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정해년(丁亥年)에는 웬만한 병원 신생아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그해가 600년 만의 황금돼지해로,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재복을 타고난다는 소문이 퍼진 때문이었다. 실제 그해 출생아 수는 49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5,000명이 증가했다.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돌이 되자 금값이 오르고, 유치원 취학 때는 유치원 대란이 발생했으며, 초등학교 입학 때는 교실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출산율이 다시 떨어지다가 2010년 경인년(庚寅年) 백호랑이띠, 2012년 임진년(壬辰年) 흑룡띠 해에도 속설로 출산 붐이 일었다.

□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60년 만의 황금돼지해라며 들썩이고 있다. 2007년은 잘못 알려진 것이고 이번이 진짜라는 얘기다. 역술가들에 따르면 실상은 이렇다.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십간(十干)과 자축인묘로 시작하는 십이지(十二支)로 짝을 이뤄 만들어진 갑자는 60년을 주기로 돌아오는 데 매년 색깔을 부여할 수 있다. 십간을 오행으로 풀이하면 갑을은 목, 병정은 화, 무기는 토, 경신은 금, 임계는 수가 되고, 목은 청(靑), 화는 적(赤), 토는 황(黃), 금은 백(白), 수는 흑(黑)을 나타낸다. 기는 토에 해당하고 땅의 기운을 담은 노란색을 나타내니, 기해년이 황금돼지해가 된다는 것이다.

□ 이런 원리라면 2007년 정해년은 정이 화(火)에 해당돼 붉은색 돼지해가 맞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명리학 학설 중 하나인 납음오행(納音五行)을 따라 색을 정하기도 한다. 일종의 사주를 보는 방식인데, 정해는 ‘옥상토(屋上土)’에 해당하고 토가 노란색을 표상하므로 황금돼지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정해년을 황금돼지해로 부른 게 국내에까지 혼란을 일으킨 셈이다. 새해에 대한 기대와 상술이 결합해 빚어낸 현상이다.

□ 내년이 진짜 황금돼지해인데도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는 게 오히려 안타깝다. 한국조폐공사가 황금돼지 골드바를 출시하고, 기업들도 이런저런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나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비엄마들이 모이는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기대감을 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모양이나 출산율 반등은 어려운 상황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한때의 풍설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중요하다. 그래도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앞날에 복이 가득했으면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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