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 자금 사정 풀려 인도일 확정
최근 수년간 수주 가뭄 속에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를 한층 심화시켰던 ‘소난골 드릴십’이 마침내 내년 초 발주자에게 인도된다. 대우조선은 자칫 날릴 뻔했던 잔금도 9,000억원 가량 확보하게 됐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Sonangol)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을 내년 초 인도하기로 선주 측과 최종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대우조선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어서자 협상이 급진전해 마침내 인도 일정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합의에 따라 대우조선은 내년 1월 말과 3월 말까지 1척씩 차례로 드릴십을 인도한다. 최종 계약가는 선수금을 포함해 척당 약 5억3,000만달러,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확정됐다. 이는 수주 당시 계약가(12억4,000만달러)보다 적으나 최근 시장가격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라고 대우조선은 전했다.
대우조선은 애초 2013년 소난골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해 2016년 9월 인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선주 측이 대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잔금을 받지 못해 인도 시점도 계속 지연됐다. 특히 소난골 사업은 인도할 때 대금의 80%를 받는 이른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돼 대우조선이 받지 못한 1조원 가량의 잔금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결국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의 채무 재조정과 자금 수혈로 겨우 회생했다.
대우조선은 이번 인도로 선수금을 제외한 잔금 약 9,0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소난골 미인도로 줄어든 가치를 모두 회계 처리해 이번에 (줄어든) 계약가 확정에 따른 추가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대우조선은 설명했다.
또 계약가를 줄이는 대신, 통상 1년간 적용되는 품질보증(AS) 의무를 인도와 동시에 종료하기로 하고 드릴십 인도 조건으로 논의해 왔던 합작사 지분투자(30%) 방안도 무효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부실의 주범이던 소난골 프로젝트가 원만하게 해결됨에 따라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틀을 마련하고 조기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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