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시장 규모 10년새 30% 성장
북한이 손해보험사에 이어 재보험사를 설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보험시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은 대규모 경제 개혁ㆍ개방을 염두에 둔 포석이자 독점 체제였던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26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홈페이지 ‘내나라’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재보험 전문 보험사인 ‘미래재보험회사’를 설립했다. 앞서 2016년 8월에는 화재ㆍ기술ㆍ농작물ㆍ신용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북극성보험회사’, 같은해 10월에는 해상보험을 주력으로하는 ‘삼해보험회사’가 문을 열었다. 이들 보험사가 생기기 전까지 북한의 보험시장은 1947년 설립된 국가 보험기관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가 유일했다.
평양 만경대구역에 자리한 북극성보험회사는 소속 종업원이 116명으로, 지난해 기준 자산규모는 844억원이다. 평양을 비롯해 신의주, 함흥, 원산 등 북한 내 11개 지사를 갖췄다. 김경훈 북극성보험회사 사장은 홈페이지에서 “국내 보험사업을 활성화하면서 몇 년 안에 국제적인 범위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평양 중구역에 있는 삼해보험회사는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특성에 기반한 해상보험 전문 보험사다. 김성호 총사장은 “2년밖에 안 되는 짧은 업무경력이지만 과학적인 손해감정, 신속한 보상제도로 국내 보험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해외시장을 겨냥해 별도의 재보험사를 처음 설립한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미래재보험회사는 임의재보험(보험사가 개별 계약마다 재보험사에 보험 가입)과 특약재보험(보험사와 재보험사가 사전에 정한 계약범위에 따라 일정기간 자동으로 거래) 등 주요 재보험 계약을 취급하고 있다. 김창호 미래재보험회사 대표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올해 3분기 평균 손해율(수입 보험료에서 지급 보험금 등 손해액 비율)은 64.19%로 긍정적”이라며 “내년에는 더 큰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북한이 연이어 보험사를 설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경제를 개방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북한 시장이 열리고 해외자본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위험 관리를 위해 보험 가입 등이 필수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시장화가 대거 진전됐다는 의미”라며 “단순한 대외 선전용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보험의 필요성을 느낀 북한당국의 조치”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생명보험사가 아닌 손해보험사를 우선 육성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체제로 전환하려는 나라의 경우 초기에는 낙후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손해보험 중심으로 보험시장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해외 재보험시장 진출은 북한과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북한 보험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다. 조선민족보험총회사에 따르면 북한 보험시장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2006년 3,992억에서 2016년 5,209억으로 10년 만에 30% 가량 커졌다. 남한의 규모(204조3,000억원ㆍ2016년 보험연구원 추정)와 비교하면 400분의 1 수준이지만, 그만큼 신흥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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