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의 주연 배우로 활동하다 성추문이 제기돼 하차했던 미국 영화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다음달 재판에 넘겨진다고 주요 외신들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스톤 글로브 등 외신들은 미국 메사추세츠 주 케이프 앤드 아일랜드 지검의 발표를 인용해 스페이시가 2016년 메사추세츠 주 낸터킷의 한 식당에서 일하던 18세 청소년을 성추행 한 혐의로 다음달 7일 법원에 출두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페이시의 기소 소식을 전해 들은 피해자의 어머니이자 지역 뉴스의 앵커로 활동중인 헤더 언루는 보스톤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루는 지난 해 11월 언론에 식당에서 일하던 자신의 아들이 스페이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언루가 기자회견을 연 시점은 또 다른 배우 앤소니 랩이 1986년 14세였던 자신이 스페이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스페이시가 본격적인 성추문에 휩싸이기 시작한 직후였다. 스페이시의 성추문 논란은 헐리우드를 휩쓴 ‘미투 운동(#Me Too)’에 또 하나의 도화선이 됐고 그는 워싱턴 정가의 암투를 다뤄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프랭크 언더우드 역)에서 중도 하차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스페이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나온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고 이미 31년이나 지난 시점이어서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랩의 ‘용기’에 힘 입은 언루의 폭로가 이어진 덕분에 스페이시가 성범죄로 처벌 받게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기소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스페이시는 자신의 SNS에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동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의 트위터에 ‘프랭크가 되게 해 달라(Let Me Be Frank)’는 메시지와 함께 게시된 3분 6초짜리 동영상은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장면을 편집한 것으로 “여러분은 내가 복귀하길 원합니다.” “당신은 증거 없이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믿지 않을 겁니다, 그렇죠?” 등 프랭크의 멘트가 담겨 있다. 26일 현재 1만5,000회 이상 공유된 그의 트윗에는 일부 지지자들의 댓글도 달렸지만 “당장 그만두라”며 그를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앞서 스페이시는 랩에 대한 성추문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도의적 사과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동성연애자임을 밝혀 ‘물 타기용 커밍 아웃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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