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 이젠 화상 입기 시작”
송년 인터뷰 통해 강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하향 추세를 극복하려면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둘 다 어렵지만 선택의 여지 없이 해야 할 일이며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 만이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이란 취지에서다.
박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송년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획기적인 노력이 있지 않으면 올해와 마찬가지로 중장기적 하락세와 하방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장기 하락추세에 있는 우리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며 "냄비 안의 개구리가 지금까지는 땀을 뻘뻘 흘리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화상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하락세에 어느 한 정부에 다 책임을 지울 수 없다”며 “문제의 원인과 해법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단기 이슈에 지나치게 매몰되거나 이해관계의 허들(장애물)에 막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카풀 서비스, 협력이익 공유제, 집중투표제 등을 둘러싼 사회 갈등 심화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십자가를 지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다음은 박 회장의 인터뷰 모두 발언.
올해를 돌이켜보면 제가 같은 이야기를 여러번 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하향세에 있다라는 말씀을 여러번 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도 역시 마찬가지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들어가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죠.
이러한 문제 제기 또는 호소에 대해서 상당수는 정부에서 그 말씀을 좀 들어주셨고 또 공감도 해주셨고, 또 내년도 정책에도 일부 반영이 되기는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흔히 하는 이야기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그럽니다. 말처럼 정책들에 실제로 그 정책이 만들어지고 수행되는 과정에서 디테일을 원 취지에 맞게 잘 살려야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디테일이 살지 못하면 이것이 구호나 또는 선언에 끝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한편에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특히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원인도 대부분 다 알고 있고, 또 해법도 대부분 다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원인을 모르고 해법이 없어서 안되고 있다고 생각은 안 하거든요. 그런데 왜 안됐는가를 보면 매번 단기적인 이슈에 매몰이 돼 버린다든지, 또 이해관계라는 허들에 막혀서 생각대로 이것이 진척이 안 되어버린 경우가 과거에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원인, 해법을 다 알지만 매번 이런 동일한 이슈들에 의해서 해결이 안됐고 오랜 시간이 지나왔기 때문에 결국은 그 결과로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인 하향세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지금은 과거에 수립한 대안들이 과연 왜 실행이 안됐는가를 좀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또 근인을 짚어보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좀 필요할 것 같구요. 또 실제 수행에 들어가고 성과를 만들어내야 각종 대책들이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왜 실행이 안됐을까를 돌이켜보면 한 두 가지 정도 생각이 들어요. ①가장 중요한 것이 이슈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이라는 것입니다. holistic한 접근. 일자리, 노사, 신산업, 서비스산업 등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굉장히 많은데 이것을 bits and pieces로 하나씩 개별적으로 풀려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사회안전망이 OECD 국가 중에 굉장히 취약한 편에 있습니다. 35개국 중에 34위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실직자, 실직에 대한 공포는 항상 상존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선진국 수준의 고용유연성을 갖춰달라고 하면 그게 과연 되겠습니까. 그래서 아직 이 부문도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②또 과거의 규제시스템과 제도가 성장과 혁신을 막고 있는데 그런데 경제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하면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또 심지어는 규제를 맡아가지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 봐도 규제가 없어지면 국민의 불안감도 눈에 보이고 규제를 바꾸었다고 징계를 받게 돼있는데, 그런데 공직에 계신 분 보고 규제부터 풀어라 하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느 한 단면만 봐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holistic하게 보고 접근을 해야 해결이 되겠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 특정제도나 규정만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를 봐서는 고질적인 우리 병이라고 하죠, 그것을 고치기가 어렵고, 이해관계의 장벽을 넘기가 불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링거처방이나 특정부위 수술만을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식단조절도 하고, 운동처방도 하고, 마찬가지로 병에 대한 치료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종합처방이 있어야 장기적인 개선,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 다음에 이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 생각해야 하는 다른 한 가지는 성장이냐 분배냐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그런 고질적인 담론, 이분법적인 선택의 담론에서 좀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성장과 분배를 선택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성장은 규제나 제도나 같은 플랫폼을 바꿔서 성장이 용이하게끔 시장에서 자발적인 성장이 나오게끔 플랫폼을 바꿔주는 것이 지금 할 일이고, 분배는 양극화 해소나 또는 그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통해서 분배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것은 선택의 여지없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급적이면 그 방법에 있어서 민간의 자원을 이용하기보다는 정부의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념이나 이해득실에 따라서 성장이냐 분배냐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지금 시대의 논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념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면 서로 간의 불신의 벽은 점점 더 커지고 소모적인 논쟁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지금 과연 그럴 수 있는 상황이냐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공회의소에서는 가급적이면 대립적인 구도에서 좀 벗어나서 우리가 당면한 대립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구조적인 현안을 좀 드러내고 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미래가 상당히 걱정이 된다라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단편, 단편 하나씩 보는 것도 좀 지양을 해야 하고 대립구도에 대한 이분법적인 접근을 하는 것도 좀 지양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전체를 하나로 보고 모든 이슈를 좀 넓은 관점에서 풀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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