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로 보험을 해약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올해 생명보험 해약환급금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2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생명보험사 25곳이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 및 효력상실지급금(보험료 미납으로 계약이 해지돼 지급하는 환급금)은 모두 20조3,87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조6,365억원)에 비해 2조7,514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로 따지면 지난해(23조원)에 이어 해약환급금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은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하지 않고 중도 해지하면 소비자에게 환급되는 원금(보험료)이 적다. 보험사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사업비 명목으로 초기에 따로 떼기 때문이다. 저축성 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이 통상적으로 환급비율이 낮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경기에 가장 늦게 반응하는 금융상품”이라며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까지 깬다는 것은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약을 고민하는 계약자 중엔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람도 늘었다. 보험사들은 해지환급금의 70~80% 수준으로 가입자에게 ‘약관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9월 기준 생보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26조2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6,970억원이나 증가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은행보다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급전이 필요할 때 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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