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계획대로 전면 복원해야” 강원도 “산악레포츠 관광지 육성”
이달 국유림 무상임대 기간 끝나 극적 합의 실패 땐 불법시설 전락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서 ‘스키 여제’ 린지 본(34ㆍ미국)이 투혼의 레이스를 펼치고 마르셸 히르셔(29ㆍ오스트리아)가 무관의 한을 풀었던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센터.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 올림픽의 추억은 온데 간데 없다.
산림 복원이냐, 존치냐를 놓고 산림청과 강원도, 정선군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국유림 무상임대가 끝나는 이달 31일까지 극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불법시설로 전락한다.
정선 알파인센터는 2011년 ‘천년의 숲’이라 불리던 가리왕산 중봉에 평창올림픽 후 복원을 전제로 건설됐다. 지난해 완공까지 혈세 2,064억원이 들어갔다.
산림청은 계획대로 복원한다는 입장이다. 박종호 산림청 차장은 이달 초 브리핑에서 “국유림 사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면 관련법에 따라 행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도가 사회적 약속이자 법적 의무인 가리왕산 전면 복원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이다. 산림청은 강원도가 복구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검토 중이다.
반면 강원도와 정선군은 곤돌라 등 일부 시설을 존치해 가리왕산을 세계적인 산악 레포츠 관광지로 육성하자고 맞서고 있다. 또 복원 시 처리해야 할 35만톤의 토사와 수백톤의 지하시설을 처리하는 데 4,000억원이 들어 비합리적이란 점도 강조한다.
정선지역 사회단체는 지난 9일부터 정선 알파인센터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단지 올림픽 유산 일부를 보존해달라는 것뿐인데 정부가 주민들의 염원을 묵살하고 있다”며 “여당 소속이지만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강릉하키센터, 평창 슬라이딩센터도 마땅한 사후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국비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정부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건설했으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이른바 ‘하얀 코끼리(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관리비가 많이 들어 경제적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됐다는 지적이다.
정선=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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