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22일 오전 10시40분.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입구에서 승객 40명을 태운 아산 온양온천 시티투어버스가 출발했다.
버스는 송년회를 하러 온 산악회원, 워크숍과 송년회를 겸한 여행에 나선 한 중소기업 직원,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 가족들로 가득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색다른 온양온천시티투어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온양온천시티투어 3개 겨울코스 가운데 금ㆍ토요일 운행하는‘온양온천코스’ 투어에 나선 이들은 출발 직후 차창 밖 조선 임금들이 온천을 즐겼던 온궁터에 지은 온양관광호텔을 바라보며 가이드 유애실(48)씨의 해설에 귀를 기울였다.
출발 15분 만에 도착한 외암민속마을은 조선 후기 전형적인 양반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후손들이 실제 거주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연간 4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외암마을은 2000년 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됐다. 2011년에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승객들은 500여년 전부터 형성되어 호서지방 고유의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모습에 놀랐다. 가옥 주인의 관직이나 출신 지명을 따서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영암댁 등의 택호가 정해져 있는 집들을 둘러보며 신기해 했다.
‘무지개산악회’회원 15명은 용인민속촌과 달리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곳곳을 다니며 “그래 맞아 우리 어릴 때 살던 고향마을 모습이 여기하고 비슷했어”하며 즐거워했다.
회원 곽영순(59ㆍ경기 의왕시)씨는 “민속촌과 달리 집주인이 실제 살고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며 집안 장독대와 옛날 농기구 등을 담기 위해 휴대폰 셔터를 눌렀다. 이들은 외암마을 바깥에 조성한 저잣거리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곁들인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경기 화성의 자동차부품회사 ㈜고산 직원 18명은 단체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곽덕신(54) 상무는 “음주가무가 기본이었던 송년회를 역사문화탐방으로 바꾼 새로운 시도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오후 1시30분 외암마을을 떠난 버스는 조선 초 청백리의 상징 고불 맹사성이 살며 후학들을 가르쳤던 맹씨행단에 도착했다.
행단 계단에 올라서자 수령 600년이 넘은 거대한 은행나무는 여행객들을 압도했다. 원가지가 살아 있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고려시대 건축양식의 맹씨행단은 원래 고려말 최영 장군이 살던 집이었으나 맹사성이 최영의 손녀 사위가 되면서 이 집 주인이 되었다는 사연에 여행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승객은 고불이 심은 나무에서 딴 은행이라는 말을 듣고 한 봉지를 구입하기도 했다.
세종에서 온 강정숙(61)씨는 “3대가 고관대작을 지냈지만 청빈하게 살아온 맹사성과 그의 부친, 조부의 삶은 요즘 공무원들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단 아래의 기념관을 둘러본 여행객들은 마지막 여행지인 온양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 들어선 여행객들은 일상생활에서 사라진 수천 가지의 옛 생필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모습에 감탄했다.
전시유물은 왕실에서 쓰인 화려하고 값비싼 오래된 유물들이 있는 일반 박물관과 달라 50~60대의 여행객들은 추억을 떠올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린 초등학생은 옛 물건들이 신기한 듯 부모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이어갔다.
가족과 함께 온 유수원(서울 길원초교 4년)양은 “책과 TV에서 보던 물건들을 실제로 보니 더욱 예쁘다”며 즐거워했다.
시티투어 일정을 마친 버스는 오후 4시 40분 출발지인 온양온천역으로 돌아왔다. 승객들은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역 주변 15개 온천탕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른 코스와 달리 중앙공급으로 이루어진 이곳 온천수는 어느 온천탕을 가더라도 수질은 똑같다.
▦일본 부럽지 않은 온천여행
온양온천시티투어 겨울코스는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간 한시 운영하고 있다.
도고온천코스, 아산온천코스, 온양온천코스는 일본의 유명 온천관광지 못지 않은 시설과 유용성분이 풍부한 온천이다. 시티투어는 각각의 온천단지를 인근 역사문화관광지 2곳씩과 묶었다. 여행의 마무리는 추운 겨울 언 몸을 따끈한 온천욕으로 푸는 것으로 방점을 찍었다.
온양온천은 백제 시대부터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 차 행차한 후 세조, 현종, 숙종, 명종, 영조, 정조 등 여러 임금이 온궁을 짓고 휴양과 치료를 위해 머물렀다. 온양온천역을 중심으로 15개의 온천대중탕이 있어 투어를 마친 뒤 심신의 피로를 푸는데 그만이다.
1987년 발견한 아산온천은 중수산나트륨을 포함한 알카리성 온천으로 20여종의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국내 최초의 건강보양 테마온천 시설인 스파비스는 국내 최대 규모로서 3,000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대욕장 및 수영장, 한방크리닉 등의 이용시설이 있다.
도고온천은 200여년 전부터 온천으로 개발되었다. 이곳 온천수는 이온 상태로 체내에 흡수되어 인체의 생리작용과 신진대사를 촉진함으로 신경통, 피부병, 소화기질환, 피부미용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문화 탐방은 덤
겨울코스에는 3개 온천관광지와 외암민속마을과 온양민속박물관,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 신정호수, 아산세계꽃식물원 등을 경유한다.
세계꽃식물원은 가족, 연인들의 나들이와 힐링의 명소이다. 온실 정원, 열대 정원, 연못 정원, 에코 정원, 사랑 앵무 정원, 미로 정원, 킹 벤자민 고무나무 정원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염색과 화분 만들기 체험과 꽃을 가득 넣은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옹기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은 따로 예약을 하면 직접 옹기를 구워 볼 수도 있다. 된장, 고추장, 발효화장품ㆍ한약을 만드는 과정도 체험할 수 있다.
신정호수는 잔디광장, 조류사, 야생화공원, 조각공원, 청소년수련시설, 이충무공 동상이 있다. 조각공원을 가득 채운 작품감상도 여행의 별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8개 코스 운영
아산 온양온천시티투어는 사계절 각기 다른 8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 가운데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현충사와 장군의 묘소 탐방은 그의 구국정신을 되새기는데 충분하다.
외암마을과 온양민속박물관,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 신정호수, 맹씨행단,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 신정호수,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던 은행나무길은 시티투어 명소이다.
이와 함께 고즈넉한 공세리성당, 데이트 명소인 피나클랜드, 호서지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영인산자연휴양림, 천년 고찰 봉곡사, 서해 낙조를 바라보며 연인, 가족과 함께 즐기는 아산레일바이크는 색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인접한 천안시와 함께 운영하는 아산·천안 연계코스도 빼먹으면 서운하다. 아산의 주요 관광지와 독립기념관, 유관순열사 기념관, 홍대용과학관을 함께 볼 수 있다.
2008년부터 1일 1회 버스 1대가 코스별로 운행하는 시티투어는 지난해 5,115명이 이용을 했다. 올해는 폭염 탓에 11월 현재 3,903명으로 줄었다.
버스요금은 성인 4,000원, 아동과 경로우대 2,000원이며 각 관광지별 입장료 및 체험비는 별도로 6,500원부터 1만7,000원과 중식비를 부담하면 된다.
이용은 인터넷(http://citytour.asan.go.kr) 과 콜센터 ‘1577-6611’로 하면 된다. 온양온천역 관광안내소의 현장 접수도 가능하며 오전 10시30분까지 승차권을 구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 정원 초과인 경우 예약자 우선 탑승한다.
▦온양온천 시티투어 이용 팁
봄 여름 가을에는 시티투어 이용 전후 무료 제공하는 온양온천역 광장 한 쪽의 노천 족욕탕과 향토전시장 입구의 ‘소원의 샘’ 족욕장에서 여행의 피로를 씻어 낼 수 있다.
시티투어 전후 관광시장으로 지정된 온양온천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매월 4일과 9일은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에서 5일장이 열린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시티투어 버스요금은 4,0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려간다.
시티투어 승차권을 버리면 후회한다. 온양관광호텔과 온양제일호텔은 승차권을 보여 주고 요금 2,000원만 내면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아산코미디홀 공연료도 30% 할인해 준다.
아산=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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