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간호간병서비스 수가 차등화

입력
2018.12.27 04:40
29면
0 0

가족 중에 누군가 입원을 하게 되면 적지 않은 비용으로 간병인을 구하거나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해야 한다. 가족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누군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직을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간병을 누가하느냐, 간병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 3대 비급여 중 하나인 간병비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중인 사업이 입원환자를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이다. 병원이 간호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여 가족이나 유료 간병인 대신 입원환자에 대한 간호간병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그 비용을 국민건강보험에서 지불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은 현재 전국 400여개 병원에서 약 3만 병상 정도를 선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해마다 적용 병상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현재까지의 사업성과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병원이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 대신 직접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안전에 대한 책임성이 보장되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입원수가의 대부분을 부담하여 간병비 부담이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다. 이 뿐만 아니라 낙상이 감소하고, 장기입원에 따른 욕창 발생률이 상당히 감소하였으며, 집중적인 간호간병으로 환자의 회복속도가 빨라 입원일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원가를 반영한 수가 보전, 병동환경개선을 위한 시설개선비 지원 등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병실환경을 조성하여 환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환자의 반응도 좋아 병원 이미지가 제고되어 환자유치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호간병서비스가 적용되는 병상수를 더 늘이려는 병원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간호간병 입원수가는 서비스의 질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책정되어 있는 금액이 적지 않다.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이 동일한 입원수가를 보상받는다면 그 자체로도 불공평한 구조이고, 환자에 대한 입원서비스를 더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게 된다.

또한 이 사업은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전해 주는 대신, 병원의 간호인력 고용을 확대하고, 정규직 채용 비율을 높이며, 간호인력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표에 공감하며 참여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고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병원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인 수가를 지불한다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중대한 결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현재 모든 입원환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입원수가의 일정부분을 분리하여, 안전한 병동환경 조성, 간호인력의 고용구조와 근로여건 개선 정도에 따라 적절한 평가를 통해 차등 지급하는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기존의 획일적 보상방식에서 벗어나 잘하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에 대해 그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방식으로 전환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시점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진료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그만큼 의료비를 더 지불하는 이른 바 행위당 수가제를 취하고 있고, 민간의료기관이 전체의 90%이상으로 상업적 의료시장이 발달되어 있는 나라이다. 과잉의료가 낯설지 않고, 불필요한 입원과 검사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에서 추진하고 있는 간호간병서비스 사업이 더욱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더 늦기 전에 미래 지향적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이 지불하는 입원수가를 일률적으로 지불하지 말고, 병원의 서비스 성과에 따라 차등해서 지급하는 경제적 인센티브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강화하되,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 가계의 간병비 부담 해소, 간호인력의 고용확대와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