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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와 타협보다는 자신이 옳다는 생각, 한국사회 갈등원인”

입력
2019.01.01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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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목소리로 듣는 분열성적표' 

 ⑤ 조병훈 변호사ㆍ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 


”한국 사회는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양보와 타협보다는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끈질기게 주장합니다. 법원에서 조정에 회부된 사건 상당수가 가족 간 갈등입니다. 유류분(법률상 상속분) 다툼을 비롯한 상속 분쟁, 혼인 관계 파탄에 따른 재산정리, 가족 간 경영주도권 다툼까지… 남보다 못한 일이 많습니다. 이미 마음의 상처가 깊어 분위기가 험악하지요. 근래에는 부모자식 간 패륜적 재산 다툼이 드물지 않아 한숨이 나옵니다. 가족에게 정과 양보를 기대했다가 냉정한 반응을 접했을 때 느끼는 실망과 분노가 깊고 크기 때문이죠.

이때 필요한 게 ‘솔로몬의 조정’입니다. 현명한 재판으로 널리 알려진 솔로몬은 사실 조정을 통해 합당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도 20년 넘게 판사로 수많은 사건을 다뤘는데 판결은 아무리 잘해도 한쪽 당사자에게만 만족을 주니 50점입니다. 반면 조정은 얼굴을 보고 충분히 대화하고 호소한 뒤 이해관계를 조절해 결론을 내니 만족도가 높습니다. 조정자로서 비록 당장 해결이 안 되더라도 맺힌 것을 풀어줌으로써 당사자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보도록 하자는 심정으로 접근합니다.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은 전통과 물질문화의 부조화 탓이 큽니다. 빈약한 정신적 토대 위에 급속한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발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윤리관은 해체되어 가는데 현대 사회를 지탱할 도덕관념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 후유증은 법적 갈등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많은 젊은이가 인생의 목적이 “돈 많이 벌기 위한 것”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시대입니다. 종교계 교육계 할 것 없이 배금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신뢰 사회로 나가기 위해 국가공동체의 뿌리와 정신을 바로 인식하고 계승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구제도를 무작정 도입하고 따르도록 강요할 게 아니라 국민의 의식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법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또 교육기관부터 사회적 공기인 언론에 이르기까지 엄정한 사실에 터 잡으면서도 훈훈한 미담을 발굴하고 계승할 때 우리 공동체의 자부심과 신뢰는 점차 축적될 것입니다.”

정리=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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