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정승환이 첫 번째 연말 단독 콘서트로 ‘공연계의 치트키’ 타이틀을 추가했다.
정승환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총 3일간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첫 번째 연말 단독 콘서트를 열고 관객들과 만났다. 티켓 오픈 20초만에 전석이 매진되며 높은 기대감을 모았던 이번 공연은 정승환이 데뷔 이래 처음 단독 콘서트를 가졌던 2018년의 마무리 공연이자, 앞으로 매년 연말마다의 음악적 교감을 기약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2018 정승환의 안녕, 겨울’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아기자기한 콘셉트의 집으로 무대를 꾸미고 세심하게 고른 곡들에 한겨울을 만끽할 수 있도록 스트링 세션과 브라스까지 추가한 편곡으로 관객들을 맞았다. 캐럴 멜로디와 눈밟는 소리가 사라지고 무대에 등장한 정승환은 ‘그 겨울’을 열창하며 순식간에 겨울 분위기를 물씬 풍겼고 묵직한 발라드 넘버부터 정규 1집 음반의 테마곡인 ‘다시, 봄’까지 겨울 감성을 더한 편곡과 연출로 듣는 재미를 더했다.
이어 수트를 입고 멋지게 건반을 연주하고, 재지한 팝 넘버를 부르는 모습도 공개됐다. 크리스마스 공연에 빠질 수 없는 캐럴 메들리는 정승환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 ‘아윌비 홈포 크리스마스(I’ll be home for christmas)’,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 ‘울면 안돼’등 다섯 곡의 캐럴로 재지하고 흥겨운 무대가 채워졌다. 특히 정승환은 뛰어난 라이브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면서도 특유의 잔망과 재치로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고 싱얼롱으로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기도 했다.
정승환의 저력은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라이브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특별히 편곡된 ‘퀸은 내여자라니까’의 순서에서는 ‘라이브에이드’ 퀸 무대의 떼창을 재연하며 관객들을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얼롱으로 유도했다. 이승기의 ‘내여자라니까’와 절묘하게 매쉬업된 이 노래에서 관객들은 포복절도 하면서도 정승환의 숨막힐듯한 라이브에 열광했다. 공연에서 그 어떤 연출보다 노래로서 말하고 감동과 웃음을 주는 공연계의 신성으로서 정승환의 모습이 빛났던 순간.
특히 3일 내내 각기 다른 게스트가 공연을 빛내줬다. 첫 날 빠듯한 연말 스케줄 속에서 단 하루 쉬는 날에 공연장을 찾아준 에이핑크의 정은지는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열창했고, 정승환은 이에 답가로 에이핑크의 ‘노노노’와 정은지의 ‘하늘바라기’를 부르며 색다른 케미를 선보였다. 정은지는 직접 ‘토끼 모자’를 선물하며 포즈를 제안하는 한편, 아이돌 선배로서 안테나 발라돌 정승환에게 안무를 전수하고 ‘올포유(all for you)’를 정승환과 함께 불러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둘째 날에는 악동뮤지션의 수현이 등장해 오빠 찬혁 대신 안부와 선물을 전달했고, 맑고 깨끗한 음색과 정감 있는 대화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승환과 수현은 악동뮤지션의 히트곡인 ‘200%’와 ‘오랜날 오랜밤’을 함께 부르며 남매 못지 않은 뛰어난 호흡을 자랑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날 대미를 장식한 게스트는 안테나의 농민가수 루시드폴. 제주에서 무농약 감귤의 수확을 마치고 당일 상경한 루시드폴은 제초제 모자를 쓰고 귤을 관객들에게 나눠주며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정승환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소개한 루시드폴과 함께 직접 짠 안무로 ‘크리스마스 폴카’의 노래와 율동을, ‘볼레로를 출까요?’의 노래와 율동을 선보여 감미로우면서도 아스트랄한 감성을 드러냈다.
이어 정승환은 ‘이 바보야’, ‘비가 온다’, ‘제자리’ 등의 발라드 넘버는 물론 OST 강자답게 ‘보통의 하루’, ‘잘지내요’, ‘너였다면’ 등의 히트곡을 열창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정승환은 숨죽여 듣게 되는 뛰어난 라이브와 탁월한 감성은 물론 과감한 이벤트 무대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과 여유롭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신인답지 않은 입담으로 팬들을 매료했다.
정승환은 첫 정규 앨범, 첫 단독 콘서트, 첫 연말 콘서트, 첫 라디오 DJ, 첫 연말 시상식 남자 솔로가수상 수상 등 다양한 첫 번째 경사가 많았던 한해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과 관객들에 대한 애정을 맘껏 드러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여전히 좋은 노래로 많은 곳에서 인사드릴 수 있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바람과 함께 내년에도 연말 콘서트를 기약했다. 연말 콘서트의 브랜딩이 처음으로 시작된 이번 ‘2018 정승환의 안녕, 겨울’은 매년 겨울에 대한 기대까지 키웠다.
한편 정승환은 현재 MBC FM4U 심야 라디오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에서 DJ로 활동 중에 있으며, 내년 초에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신설 코너에서 '1월의 목소리’ 주인공을 맡아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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