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조준 논란’ 추가 악재… 오바마 땐 한일 완충역할, 트럼프엔 기대 어려워
우리 해군 함정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이 가뜩이나 냉랭하던 한일관계에서 추가 악재로 등장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문제 등 대체로 과거사 문제에 국한됐던 양국 간 전선이 군사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 정부 들어 한일관계는 악화일로 그 자체였다. 올 초 외교부가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따른 출연금 10억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며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사문화시킨 것이 신호탄이었다.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국민 다수 여론에 부응한 것이었으나 반대로 일본의 반발을 무마할 마땅한 카드 제시는 없었다.
이후로도 양상은 비슷했다. 10월 제주 국제관함식에서 양국이 욱일기 게양 문제를 두고 외교전을 벌인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에 대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물론 과거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부작용일 수 있지만, 한일관계 악화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 역시 부진했다는 게 문제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과거사 문제와 뗄 수 없는 특성 상 한일관계는 늘 국내 반일 여론의 영향을 받아왔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외교도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관계개선을 어렵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만큼 아베 신조 정부 입장에서도 국내 우익 세력의 한국에 대한 반발을 잠재울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의 레이더에 의해 조준 당했다고 물고 늘어지는 데에는 일본 내 반한 여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본이 역사문제에서는 불리한 입장이라 의도적으로 전선을 군사 분야로 확전시킨 것”이라며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데도 이를 완화해줄 중재자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과거사 문제로 양국 관계가 평탄치 않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중시하면서 어느 정도 완충재 역할을 했다. 위안부 합의 타결 이면에 미국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게 과거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신 센터장은 “과거엔 외교 전략 상 한미일이 동북아에서 하나의 공동체로 묶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트럼프 시대에는 미국에 한일관계 촉매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