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두 달 만에 반토막 나면서 세계 경제가 ‘저유가의 공포’에 휩싸였다. 공급과잉에다 세계 경기성장 둔화로 수요가 더욱 감소할 거란 우려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가 반등하기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0.37달러(1월 2일)로 거래를 시작해 최고점을 계속 경신하며 지난 10월 3일 연중 최고점(76.41달러)을 찍었다. 런던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도 같은 날 배럴당 86.29달러로 올해 들어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2014년 말 이후 가장 높은 거래금액이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이후 하락을 거듭해 지난 24일 WTI가 배럴당 42.53달러, 브렌트유가 50.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두 달 만에 WTI 가격은 연중 고점 대비 44.4%, 브렌트유는 41.5% 폭락했다. WTI에 이어 브렌트유 역시 투자자들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배럴당 50달러 붕괴를 앞두고 있다.
국제유가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8일 미국 셰일오일 산유량이 이달 들어 사상 처음으로 하루 800만배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달 러시아의 산유량(1,142만배럴)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가 이달 7일 내년부터 6개월간 하루 산유량을 120만배럴 감축하기로 했지만, 감산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세계 경기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 하락에 불을 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로 올해 3.7%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3.7%)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신흥국인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GDP는 내년 각각 1.9%, 0.4% 감소해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성장세가 둔화하면 석유는 물론, 석유에 바탕을 둔 연관 산업의 수요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유국들의 산유량 감산이 본격화하면 국제유가가 소폭 오르겠지만 크게 뛰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부터 산유량 공급이 조절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에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제유가가 반등세로 전환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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