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연 통신업계가 ‘5G 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일단 이통 3사 모두 로봇과 스마트 팩토리 등에 5G를 우선 적용하며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행보도 대동소이하다. 뒤집어보면 지난 1일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쏘아 올렸지만, 시장 판도를 뒤바꿀 만한 ‘킬러 콘텐츠’는 여전히 안갯속이란 얘기다.
◇기업간거래(B2B) 우선 ‘노크’
KT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의 무인 로봇카페 ‘비트(B;eat)’에 5G 네트워크를 적용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른바 세계 최초의 5G 로봇카페다.
비트는 커피 전문 브랜드 달콤커피가 운영하는 카페로, 기존에도 바리스타 로봇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제조했다. KT는 유선인터넷으로 연결된 로봇카페에 5G를 적용해 선을 없앴다. 5G 모바일 핫스팟(MHS)이 기지국 신호를 받아 작동하는 방식이다. 비트는 부가세 포함 월 4만9,500원에 10기가바이트(GB)가 제공되는 5G MHS단말 전용요금제에 가입했다.
로봇의 전원 상태나 가동 상황, 동작 인식 등은 여러 모듈이 동시에 접속해 끊김 없이 대규모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아야 한다. 5G는 전송속도가 4세대 이동통신(LTE)의 20배인 20기가비피에스(Gbps)에 달하고, 전송 데이터 양은 100배나 많다. 지연속도도 LTE의 100분의 1 수준인 0.001초라 무선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박현진 KT 5G사업본부장은 “5G 시대에 지능형 로봇은 생활과 산업 전반을 완벽하게 혁신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차별화한 기술로 차원이 다른 5G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가 5G를 경험할 수 있는 5G 스마트폰 등은 내년 3월 출시 예정이라 SK텔레콤도 현재는 로봇과 스마트 팩토리에 5G를 적용하고 있다. 산업계와 손잡고 추진한 5G 다기능 협업 로봇이나 소형 자율주행 로봇 등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5G 1호 고객이 산업기계 기업 LS엠트론인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증강현실(AR)이 ‘4G의 동영상’이 될까
2000년대 상용화한 3세대 이동통신은 걸어다니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2010년 본격화한 LTE는 스마트폰 동영상이란 킬러 콘텐츠를 창출했다.
5G 시대에 동영상 정도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후보로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첫손에 꼽힌다. 최근 경기 안산시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5G 전략을 발표한 SK텔레콤의 장홍성 사물인터넷(IoT)ㆍ데이터사업단장도 “LTE 킬러 콘텐츠인 동영상의 최대 수혜자는 유튜브였지만, 5G에서 AR과 VR을 구체화하고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면 분명히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시장조사업체 디지털캐피털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오는 2022년 전 세계 AR과 VR 시장 규모는 1,050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AR이 최대 900억달러로, VR보다 6배 정도 크다. 게임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되는 VR보다 일상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 가능한 AR이 강세란 것이다. 하지만 AR 시장도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범용성이 필수적인데,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얼마나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세계 최초를 추구하다 보니 해외에도 벤치마킹할 대상조차 없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콘텐츠는 업계 전체의 고민이자 숙제”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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