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면제로 올해 마지막 남북 행사
내년 남북관계, 북미 핵협상 재개에 달려
북미의 결단과 우리의 중재자 역할 기대
남북이 26일 개성 판문점역에서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 행사를 개최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장기 교착 속에 대북 제재가 걸림돌이었지만 한미 워킹그룹의 사전 조율에 이어 유엔 안보리가 제재 면제를 최종 승인해 개최가 가능해졌다. 실제 공사 착수는 다시 제재의 문턱을 넘어야 가능하지만 역동적이었던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내년까지 이어갈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과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등으로 세밑 남북관계는 아연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한미 조율에 따라 정부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20만 명 분을 연내 북한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남북 군사당국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파괴 및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한강하구 공동조사를 마치는 등 판문점ㆍ평양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순풍이 내년에도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동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뜻까지 밝혔지만 한미 워킹그룹 협의에서는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이면 본격적인 철도ㆍ도로 연결 공사는 고사하고 남북 사이에 합의한 각종 교류협력 사업의 진척도 쉽지 않다.
북한은 미국의 잇단 우호적 메시지에도 꿈쩍 하지 않은 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연설을 취소하는 등 미국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나름 성의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건 대표의 방한 결과를 보고받은 뒤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하며”라는 트윗을 날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일종의 ‘성탄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손에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운명이 달린 형국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악수와 신뢰 회복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면 이제 과감하고 전향적인 응답을 내놓을 때다. 미국이 보인 성의에 답하기 위해서는 내년 1월 신년사에서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미국이나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이 통 큰 양보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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