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초 임금의 두 배 받기까지 한국 10년ㆍ日 20년 걸려
“글로벌 경쟁 시대 임금체계, 생산성 연계 구조로 바꿔야”
회사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는 지와 관계 없이 오래 근무하면 임금이 오르는 경향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평생직장의 나라’로 불렸던 일본보다 ‘철밥통’ 직장인이 많다는 의미인 만큼 임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최근 일부 학계와 노동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발표한 ‘한ㆍ일 근속연수별 임금격차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이상 근무한 한국 노동자의 임금(지난해 기준)은 입사한 지 1년 미만인 노동자 임금의 3.11배로, 일본(2.37배)보다 높았다. 고용노동부와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기본통계를 바탕으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변화를 비교ㆍ분석한 결과다.
한국의 경우 입사 10~14년인 노동자의 임금이 근속연수 1년 미만인 입사자의 2.03배(임금배율)에 달했다. 회사에 들어온 지 10년째가 되면 입사 초반 임금의 대략 두 배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입사자 근속연수별 임금배율이 10~14년차는 1.65, 15~19년차는 1.86에 그쳤다. 20~24년차가 돼야 2.11배가 됐다. 월급의 두 배를 받기까지 일본은 20년이 걸리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임금이 빠르게 오른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물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입사했을 때 월급은 한국(220만원)이 일본(238만원)보다 낮았다. 하지만 5~9년차부턴 한국(362만원)이 일본(343만원)을 앞질렀다.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져 30년 이상 근속자일 경우 한국은 684만원, 일본은 563만원을 받아 임금 차이가 121만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정조원 한경연 고용창출팀장은 “근속연수에 비례해 급여가 증가하는 임금 연공성이 일본보다 크게 높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평생직장의 나라였던 일본은 2000년 이후 임금 연공성을 크게 완화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장기 경기침체에다, 1998년엔 정년 60세가 의무화했고, 2000년대 들어선 한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연공성을 낮춰야 했다. 오영경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임금 체계를 직무ㆍ성과 위주로 개편한 결과 비관리직 직원의 기본급을 결정할 때 연령ㆍ근속기간을 반영하는 기업 비율이 1999년 78.2%에서 2016년 49.6%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근속연수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노동자의 임금배율 역시 2001년 2.81배에서 2007년 2.57배, 2017년 2.37배로 점차 낮아졌다.
우리나라도 임금 연공성을 완화하는 추세다. 근속연수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노동자의 임금 배율은 2007년 3.48배에서 2017년 3.11배로 떨어졌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도입한 사업장 비율도 2010년 76.2%에서 지난해 60.3%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임금 연공성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근속연수가 늘수록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임금 체계를 호봉제가 아닌, 생산성과 직무ㆍ성과를 연계한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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