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게시물에 팬들 친밀감… 축구협 SNS 구독자 수십만명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26ㆍ감바오사카)는 성탄절인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성탄 축하 메시지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기재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전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대형 트리 앞에서 김승규(28ㆍ비셀고베) 이용(32ㆍ전북) 정우영(29ㆍ알사드) 홍철(28ㆍ수원)과 함께 선 모습이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진엔 약 3만개의 ‘좋아요’가 이어졌고, 최종명단에 들지 못한 이승우(20ㆍ베로나)가 분노를 표현한 익살스런 이모티콘과 함께 올린 ‘내 자리’란 투정 댓글에도 2,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선수들이 직접 남긴 근황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 8월 파울루 벤투(49ㆍ포르투갈) 감독 부임 후 4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연속 매진행렬을 기록하며 최고의 흥행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축구가 SNS를 통해 더 뜨거워진 모습이다. 독일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전 승리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영향이 가장 컸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가 SNS를 적극 활용해 팬들과 거리감을 좁힌 노력도 큰 몫을 했다. 특히 그간 축구를 등졌던 10~20대 여성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인 건 가장 큰 소득이란 평가다.
가장 눈에 띈 건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정보전달 창구’ 정도로만 활용됐던 대한축구협회 SNS 계정의 변화였다. 협회는 올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팬들이 평소 볼 수 없었던 선수들 모습을 가까이서 담은 ‘인사이드캠’ 영상으로 호응을 얻었다. 기성용(29ㆍ뉴캐슬)이 후배들 방을 돌며 “팬들에게 줘야 한다”며 소지품에 사인을 받아 걷어가거나, 기성용과 이승우의 골대 맞추기 대결 등 이색적인 기획 영상물이나, 숙소나 라커룸 같은 ‘통제된 공간’ 속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히 담아 팬들에게 전했다.
이런 게시물은 이른바 ‘소녀팬’으로 대표되는 젊은층 축구팬들의 SNS로 재공유되거나, 여럿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수시로 공유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A매치와 K리그 경기를 꾸준히 찾았다는 여고생 김해나(17ㆍ경기 수원시)양은 “이승우나 황의조, 손흥민 같이 인기가 높은 선수와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은 게시되자마자 누군가 단체 채팅방에 공유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 2월초 9만5,000명, 6만5,000명 정도던 협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5일 현재 각각 26만명과 17만명을 훌쩍 넘겼다.
크리스마스 게시물을 올린 황의조처럼 선수들도 자신의 일상과 근황을 적극적으로 전하거나, 서로간의 격의 없는 대화로 팬들과 거리감을 좁혔다. 황인범(22ㆍ대전) 김문환(23ㆍ부산) 등 K리거들은 팬들의 댓글에 직접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꼭 K리그 경기장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둘은 경기장에서도 가능한 사진촬영을 원하는 모든 팬들의 요청을 들어줬다고 한다. “한번 경기장에 온 온 팬들이 계속 찾았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이라는 게 황인범 얘기다. “SNS는 인생(또는 시간) 낭비”라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2011년 명언은 적어도 올해 한국에선 틀린 얘기가 됐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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