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주식 배당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주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배당해 회사 이익을 장기간 공유하겠다는 명분인데, 그 이면에는 이익을 나눠주면서 동시에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점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도 대주주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는 효과가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42개사(코스피 17개, 코스닥 25개)가 주식 배당을 결정했다. 연말 결산기를 맞아 주식을 배당하는 상장사는 2016년만 해도 35개사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48개사로 급증했고 올해도 이미 40개사를 넘어섰다.
상장사들이 일회성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대신 주식을 배당하는 것은 이익 공유를 매개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주주층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3년째 주식배당을 하고 있는 다날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따른 이익을 주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주식을 배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거래되는 주식 수가 적어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업이라면 주식 거래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 받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 주식 상승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고 액면가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는 만큼 절세 효과도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 데 따라 1주당 이익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그러나 배당에 따른 현금 흐름 등 회계적 측면을 고려하면 손해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현금 배당을 하면 지급액만큼 기업의 보유 현금이 줄어들고 이는 이익잉여금(이익-배당금)과 전체 자본 규모(자본금+이익잉여금)의 감소로 이어진다. 그러나 주식으로 배당하면 이익잉여금 감소분(발행 주식×액면가)만큼 자본금이 늘어나 회계장부상 전체 자본 규모는 유지된다. 현금이 부족한 상장사라도 주식 배당은 가능한 셈이다.
기업 대주주 입장에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보유 주식 수를 늘리고 의결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주식배당은 통상 1주당 0.01주~0.1주 수준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1주 미만의 자투리 배당주식(단수주)은 주주에게 주식 가치에 해당하는 현금을 지급한 뒤 회사 자사주로 편입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주당 0.02주를 배당 받은 셀트리온의 경우 50주 미만을 보유한 주주의 배당 주식은 모두 자사주로 편입됐다. 결국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주식이 자사주로 편입되는 셈인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터라 자사주 지분이 늘어나면 대주주의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강화되기 마련이다. 셀트리온의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해 전체 주식배당 244만1,953주 중 19.85%(48만4,640주)를 배당 받았고 신규 발행주식 중 1.7%(4만1,490주)는 자사주로 편입됐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