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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6만원 가계빚, 실제는 894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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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6만원 가계빚, 실제는 8947만원?

입력
2018.12.26 04:40
수정
2018.12.26 10: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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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 연례 통계로 최근 발표된 ‘2018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금융부채는 가구당 평균 5,446만원 또는 8,947만원이다. 값이 두 가지인데다 3,500만원가량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금융부채 조사가 두 갈래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5,446만원은 전국 2만 표본가구를 면접조사한 결과이고 8,947만원은 한국신용정보원의 가계대출 자료를 활용해 면접조사 결과를 보완한 값이다. 당연히 후자가 가계빚 실상에 근접한 지표지만, 통계청은 굳이 5,446만원을 주지표로 공표한다. 이유는 뭘까.

이는 가구의 재무건전성 지표로서 부채와 ‘짝패’를 이루는 자산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면접조사에서 가구들이 밝힌 평균 자산규모는 금융자산 1억512만원, 실물자산 3억1,061만원으로 도합 4억1,573만원이다. 그러나 가구 입장에서 보유자산은 민감한 정보로 실제보다 적게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부채 규모를 구할 때처럼 자산 역시 다른 자료를 활용해 보정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통계청이 관련 자료를 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금융ㆍ복지조사는 총 9개 기관의 24종 행정자료를 활용해 면접조사를 통해 산출한 가구의 소득ㆍ지출ㆍ부채 지표를 보완하고 있다. 소득은 국세청의 종합소득세 및 원천세 자료, 지출(비소비지출)은 각 연금공단의 보험료 납부내역, 부채는 신용정보원의 금융권 대출정보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처럼 행정자료를 활용하면 면접조사 대상 가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사 항목의 정확도를 높여 오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가계금융ㆍ복지조사가 산출하는 4대 지표(소득 지출 부채 자산) 가운데 자산만큼은 행정자료를 통한 보정이 어렵다. 그나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국세청의 재산세 자료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금융자산은 통계 보완자료 입수가 요원한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금융자산 부문은 신용정보원처럼 금융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 관리하는 법정기관이 없어 행정자료 자체가 구축돼 있지 않을 뿐더러 통계청이 개별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도 없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명의자 동의 없이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면접조사에만 의존하다 보니 금융자산 통계의 정확도가 떨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실제 통계청이 내부적으로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추정한 가계 금융자산 규모는 평균 1억9,113만원이다. 공표 수치(1억512만원)와 비교하면 가구당 8,600만원이 누락된 셈이다.

통계청 내부 추정치를 반영하면 가구 자산 대비 부채를 뜻하는 가구 재무건전성도 공식 통계치(18.1%)보다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건전성은 금융부채(5,446만원)와 임대보증금(2,085만원)의 합인 ‘부채’를 금융자산(1억512만원)과 실물자산(3억1,061만원)의 합인 ‘자산’으로 나눠 구한다. 그런데 이 산식에 금융부채 보조지표(8,947만원), 금융자산 내부 추정치(1억9,113만원), 실물자산 내부 추정치(3억2,696만원)를 대입해 보면, 재무건전성은 21.3%로 3%포인트 이상 상승한다. 이 때문에 지난 6월엔 “정확하지 않은 실태조사로 정부 정책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원회가 금융실명법 개정을 통해 통계 작성 목적의 금융거래 정보 제공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줘야 하지만, 통계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가 중시되는 분위기라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 역시 “’금융자산’ 정보 제공을 위해 금융실명법에 명시된 ‘금융거래’ 정보를 통계청에 일괄 제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이 발의되더라도 여론과 국회가 정확한 통계 작성이라는 취지에 동의해야 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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