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5일 국내외 증권사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3조원 후반대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전분기(17조5,700억원)에 비해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도는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는 등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문제는 삼성 실적 둔화의 추세화 우려가 제기되는 점이다. 연초부터 시장에선 2년간 지속돼 온 글로벌 반도체 슈퍼 호황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돼 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내년 경기 전망도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현재 10%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우리 업체들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를 점할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떠받치고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사실상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효자산업이다. 가뜩이나 경제 전망이 어두운데 반도체 수출마저 꺾인다면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3~4년 뒤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경제는 최근 수년 간 ‘반도체 착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반도체 의존도가 심했다. 정부와 기업은 반도체 경기가 급속히 꺾일 경우를 대비해 새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선도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주력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 노력도 포기해선 안 된다. 반도체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2~3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간판 산업으로 계속 선두를 유지할 수 있게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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