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집권 연정이 만장일치로 의회를 조기 해산하고 내년 4월 총선거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원래 총선거가 진행될 시점은 내년 11월이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4일(현지시간) “연정의 지도자들이 만장일치로 의회를 해산하고 4월 초 새로운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고 연정 지도자 성명을 인용해 발표했다. 연정 해산의 주 원인은 유대교 학교 예시바에서 경전 ‘토라’를 연구하는 초정통파 유대인 집단의 징집 문제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스라엘 고등법원이 토라 연구자들의 군면제를 허가하는 법률을 위헌으로 판결한 이래 집권 연정은 신규 입법을 추진해 왔지만 연정에 참여한 세속주의 정당과 초정통파 정당 사이의 다툼으로 실패했다. 세속주의 정당은 토라 연구자의 의무복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초정통파가 지지하는 ‘유대인의 집’ 등 종교적 시오니즘 정파는 반대로 징집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중간 입장인 네타냐후 총리와 리쿠드당이 양측의 조율에 실패하면서 조기 총선이 확정됐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은 120개 의석 중에 61석을 확보해 간신히 다수 연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 정당만 이탈해도 사실상 붕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외에도 네타냐후 연정은 다각도에서 위기를 맞고 있어 조만간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앞서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휴전 합의에 반발해 이탈했고, 이스라엘 경찰에서 기소 의견이 나온 네타냐후 총리 개인 비리 사건도 정치적 도화선으로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여론조사상 우위를 근거로 조기 총선을 실시해 정치적 정당성을 얻으려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상 여전히 네타냐후 총리와 리쿠드당이 선두에 있지만 중도 정당인 ‘예시 아티드’의 대표 야이르 라피드와 베니 간츠 전 총참모장, 리에베르만 전 장관과 ‘유대인의 집’ 대표 나프탈리 베네트 교육장관 등이 차기 총리로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후에도 지금과 비슷한 보수 연정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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