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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ㆍ3월에 흥보가 또 완창… 매일 체력훈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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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ㆍ3월에 흥보가 또 완창… 매일 체력훈련해요”

입력
2018.12.25 12:27
수정
2018.12.25 17:5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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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판소리’ 김정민 명창

5년간 흥보가ㆍ적벽가 등 11회 완창

대종상 신인여우상 경력도 눈길

김정민 명창이 서울 중구 덕수궁 정관헌에서 지난해 2월 작고한 스승 박송희 명창의 유품인 부채를 들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김정민 명창이 서울 중구 덕수궁 정관헌에서 지난해 2월 작고한 스승 박송희 명창의 유품인 부채를 들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무서운 기세로 판소리의 대중성을 확장 중인 국악인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인 김정민(50) 명창.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전신) 2학년 때 판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거스르며 혈서로 ‘국창(國唱)’이 되겠다는 다짐을 한 후 32년간 판소리꾼의 길을 걸어 왔다. 그는 “판소리 완창이 1인 뮤지컬처럼 여러 등장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혼자 다 표현하고 연기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동편제의 맥을 이었던 고(故) 박송희 명창이 그의 스승이다.

그는 2013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흥보가를 8회, 적벽가를 3회 완창했다. 내년 1월 말에는 한국문화의집에서 아홉 번째, 내년 3월에는 경남 거제에서 열 번째 흥보가 완창을 준비 중이다. 적벽가 완창을 포함하면 5년4개월간 13회 완창이다.

흥보가 완창에는 3시간이 걸린다. 공연 시간이 길고 무대에서 움직임이 많아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공연이 끝나면 무릎과 발의 감각이 없어질 정도다. 비결을 묻자 “소리의 근원은 단전이어서 꾸준히 체력 훈련을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팔굽혀펴기 150개, 윗몸일으키기 90개, 줄넘기 1,600개를 한다. 한 호흡이 긴 소절에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리가 끊기거나 흔들리게 된다.

강원 원주 출생으로 어려서 서울로 올라온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야금을 접하며 국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민요 등을 배우다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2학년 때 판소리에 매료돼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타고난 목소리에 생동감 넘치는 표정 연기로 판소리 입문 1년 6개월 만인 고교 3학년 때 남원 명창대회 학생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음악과 2학년 때에는 전주대사습놀이 일반부 2등을 차지하는 등 젊을 때부터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서편제, 강산제, 동편제 등 다양한 판소리를 연마하던 김 명창이 동편제로 마음을 굳힌 시기는 2008년. “웅장하면서 호탕한 우조(잔 기교 없이 뻗는 소리)를 많이 사용하고 통성(단전의 힘을 이용해 뱃속에서 끌어올리는 소리)을 쓰며 소리 끝을 짧게 끊는 남성적 소리가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판소리를 알고 싶다는 곳이 있으면 안 가 본 기관과 단체가 없다. 올해 6월 인천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애국가를 판소리로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2015년 제 19대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 명창부에서는 대통령상인 대상을 수상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1994년 대종상 신인여우상 이력도 눈에 띈다. 김 명창은 국악고등학교 교사 시절이던 1993년 제자가 자신도 모르게 추천한 여배우 공모에서 2,8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영화 ‘휘모리’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이듬해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그에게도 고비가 없지 않았다. “판소리가 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나”라는 생각이 유난히 괴롭힐 때 슬럼프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자신의 공연 관람 후 판소리의 재미를 이해하고, 즐기기 시작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김 명창은 그 때마다 전통으로 승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여세를 몰아 수궁가 적벽가 심청가 흥보가 춘향가 다섯마당을 하루 한 마당씩 완창하는 데 도전한다. 판소리꾼으로서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전통에서 벗어날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는 “내년 12월 단독 콘서트 때 판소리 외에도 K-팝을 부르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게 웃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어봤다. “모든 국가에서 재즈 음악이 시대를 풍미했듯이 판소리가 세계를 풍미하는 시대가 왔을 때 판소리로 세계적 ‘프리 마돈나’가 되는 게 여생의 꿈”이라고 힘 줘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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