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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마오의 가르침으로 ‘트럼프 무역전쟁’ 해법 찾는다

입력
2018.12.24 17:21
수정
2018.12.24 2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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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저서 ‘지구전에 대하여’ 80년 만에 재조명 이례적 열기

“멀리 보고, 긴 호흡으로 판단” 명쾌한 메시지에 대중들 열광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고통 받던 1938년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의 대중 연설을 모은 책 '지구전에 대하여' 표지.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고통 받던 1938년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의 대중 연설을 모은 책 '지구전에 대하여' 표지.

“전략적으로 인내하라, 멀리 보고 승부하라, 부단히 노력하라.”

중국의 국부(國父)로 추앙 받는 마오쩌둥(毛澤東)이 강조한 말이다.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밀려 패색이 짙던 1938년, 중국을 위기에서 구한 원동력은 대중을 사로잡은 마오의 연설이었다. 당시 그의 발언을 집대성한 고전 ‘지구전에 대하여(On Protracted War)’가 꼭 80년이 지난 올해 유독 각광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8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10만부가 동이 나면서 추가로 3만부, 그것도 모자라 다시 5만부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손에 땀을 쥐는 추리소설이나 달달한 연애소설도 아닌 딱딱한 연설문에 독자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건 이례적이다.

마오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나보다 강하고 부유한 외부의 적이 공격해올 경우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다. 마오가 지휘한 홍군(紅軍)이 일본군을 내륙으로 끌어들여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보급선을 차단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장은 아군의 피해가 적지 않겠지만 감내하면서 확신을 갖고 적의 숨통을 계속 조이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오의 연설 이후 8년간의 항일 전쟁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대장정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그림을 크게 그리고, 긴 호흡으로 판단하라.” 마오의 가르침은 공교롭게도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올해 중국의 상황과 닮았다. 물론 군사작전과 무역협상을 곧장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일본군의 총칼에 30만 명의 중국인이 목숨을 잃은 난징 대학살의 충격에 비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미국과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는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중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8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미 중국은 2,500억달러(약 281조원)에 달하는 대미 수출물량에 대해 관세폭탄을 얻어 맞았다.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섰지만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얼토당토않은 요구로 밀어붙이면서 중국의 경제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모자라 아예 속국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살아서 활개치는 트럼프가 죽은 마오를 무덤 속에서 끄집어내 중국인들의 수호신으로 되살려낸 셈이다.

무역전쟁 초기 중국의 전문가들은 과연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벌여 이길지, 아니면 패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의 포연 한복판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것에 상당수가 동의한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갈망하는 중국인들이 지구전의 전략을 설파한 마오의 연설에서 해법을 찾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WP는 “미중 양국이 잠시 휴전을 맺었지만, 협상을 재개해 설령 합의에 이른다 해도 시장접근과 공정경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은 내년 2월 말까지 추가 관세부과를 연기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중국이 마오의 저서를 발간한 건 지난 10월16일이다. 이날은 마침 중국의 첫 핵실험 기념일이다. 왜 이 책을 다시 대중 앞에 선보였는지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 독자는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듯 강렬한 저력으로 외세에 굴하지 않고 우리만의 길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서평에 적었다.

마오를 기치로 중국인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책을 발간한 인민출판사의 렌 차오 부편집장은 웃으면서 “이 책을 너무 많이 인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찾는 독자가 많아진다는 건 현재 우리의 상황이 얼마나 위기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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