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ㆍ日 등 통신장비 배제에도 가성비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
5G 단독표준 통신망 구축 앞둔 세계 통신회사들 고민 깊어져
5G(세대) 시대를 맞는 세계 통신시장에 ‘화웨이 딜레마’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안 논란에서 비롯된 반(反) 화웨이 정서가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미 세계 1위의 5G 통신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는 화웨이는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압도적인 가성비와 기술력을 앞세운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 독주에 ‘5G 단독표준(SAㆍStand Alone) 통신망 구축’을 앞둔 각국 통신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화웨이는 최근 인텔과 함께 2.6G㎐ 대역에서 SA 기반 5G 통신 ‘퍼스트콜(First Call)’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퍼스트콜이란 상용 서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데이터가 정상 송수신되는지 확인하는 상용화 전 최종 테스트 절차다. 올해 10월 SK텔레콤과 KT가 삼성전자와 함께 3.5G㎐ 대역 퍼스트콜에 성공한 적은 있으나, 이는 LTE 망을 일부 연동하는 복합표준(NSAㆍNon-Stand Alone) 기반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SA는 NSA에 비해 1년여 앞선 기술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내 주요 통신사의 5G 장비업체 선정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 역시 NSA 기반이었다. LTE에서 5G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는 NSA에서는 자율주행차 등 일부 5G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2020년으로 예정된 5G SA 시대를 위해 장비를 새로 깔거나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미 SA 기반 5G 기술력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화웨이를 처음부터 배제하기는 곤란한 상황인 것이다.
화웨이의 진짜 경쟁력은 ‘가성비’다.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따르면, 최근까지 5G NR(단말과 기지국 사이 무선전송 기술) 분야에 신고된 5,124개 특허 중 화웨이가 낸 특허(1,481개)가 가장 많았다. 특히 5G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폴라코드’ 분야에서는 전체 특허의 절반(49.5%)을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격은 타사의 70%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웨이의 통신장비시장 점유율은 에릭슨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5G 장비가 보급되기 시작한 올해 이후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금까지 모든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25건의 상용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기지국 1만개 이상을 출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경쟁력에도 보안성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은 화웨이의 발목을 계속 잡아 끌고 있다. 중국 정부가 통신장비에 이른바 ‘백도어(정상 절차 없이 시스템에 몰래 접근하는 방법)’를 설치해 정보를 빼내거나 통신 시스템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미국 정부가 보안 우려를 이유로 중국의 화웨이와 ZTE 제품을 정부기관 통신장비에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후,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이에 동참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만 5G 장비 제조사 중 하나로 화웨이를 채택한 상황이다. 화웨이는 이에 대해 “미국의 주장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화웨이에 대한 국제 여론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화웨이로서는 모든 유ㆍ무선 장비가 5G 전용으로 구축되는 2020년 SA 기반 5G 환경이 또 한 번의 기회다. SA에서는 기존 LTE와의 호환성이 중요하지 않아 보안 문제만 해결된다면 업계에서 화웨이 장비를 꺼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 측은 “보안에 대한 우려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모든 국가에서 시행하는 엄격한 심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5G 산업의 빠른 발전과 성숙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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