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구포동에 홀로 사는 이조영(81)씨는 평일 오전마다 자신의 집을 찾는 ‘야쿠르트 아줌마(요거트 배달원)’가 몹시 반갑다. 이달 초 만난 이씨는 “건강식으로 쥐어주는 요거트도 값지지만, 누군가의 발길이 이어지는 데서 얻는 위로가 크다”고 했다. 3년 전 심장질환으로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온기 하나 없는 집에 배달원 발길이 이어지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단 얘기다.
이씨에게 큰 힘이 되는 요거트 배달 사업은 K리그2(2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가 마련한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 구단이 구포성심병원, 북구청과 손을 잡고 한 골을 넣을 때마다 100만원씩 적립해 의료지원이 취약한 지역 주민들의 심장ㆍ관절질환 수술 및 건강음료를 지원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이 지원사업을 통해 요거트 배달 혜택을 받는 독거노인은 이씨를 비롯한 약 30명. “배달원의 발길로 홀로 지내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조금은 가라앉는다”는 이씨 얘기처럼 실제 그 동안 배달원들이 위독한 독거노인을 발견해 행정기관이나 병원에 연락하는 등 고독사를 막아낸 사례도 많다. 지원을 받는 이씨는 “축구는 TV로만 봤지만, 온 기운을 다해 축구팀(부산)을 응원하고 싶다”며 “프로축구가 더 발전해 더 많은 취약계층을 돕길 바란다”고 했다.
겨울철 연탄배달과 김장 봉사로 대표되던 K리그 구단들의 사회공헌이 연고지역 취약계층의 일상으로 젖어 든 사례는 이뿐만은 아니다. K리그1(1부 리그)인천 유나이티드는 입장권 판매수입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블루하트레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NGO단체와 손잡고 인천에 정착한 방글라데시 난민 학생들을 도왔고,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는 아예 구단 구성원들이 ‘그리너스 봉사대’를 만들어 배식봉사, 취약시설 청소, 텃밭 작업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300차례 이상 직접 찾아 다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이나 단체가 일종의 사회복지형 기부문화를 키워간다면 해당집단이 속한 분야뿐 아닌 사회 전반의 기부 문화에 긍정적 역할을 줄 것”이라며 “가능한 한시적, 즉흥적인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지원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부산=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