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운전 업체에서 대리기사를 실어 나르는(픽업) 업무를 맡았던 김모씨는 2016년 11월 업무 도중 적색 신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숨졌다. 유가족들은 김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김씨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는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하나의 사업장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등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리운전 기사가 이에 속한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김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함상훈)는 A씨가 속한 사업장의 △대리운전업무 수행 형태 △수익 정산방식 △대리운전 기사와 픽업 기사의 업무 구별 정도 등에 비춰 픽업업무도 대리운전 업무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장이 위치한 곳의 대중교통수단은 버스가 유일한데, 대리운전 요청이 많은 심야에는 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기사 픽업 업무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봤다. 또 “픽업 기사들은 대리운전 요청이 많을 때 대리운전 업무를 병행하기도 했다”며 “픽업 기사의 업무와 대리운전기사의 업무가 명확히 구별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사업장에 소속돼 해당 업체의 대리운전 기사 픽업 업무만 수행했을 뿐, 다른 사업장의 대리운전기사 픽업 업무를 수행하지는 않았다”며 한 조직에만 소속돼 있어야 한다는 전속성 요건도 충족한 것으로 봤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