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프랑스 시골에 있는 고성(古城)의 소유권을 선물할 수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 서부 되세브르주에 있는 ‘에보피네’ 고성의 보존 및 복원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단돈 51유로(약 6만5,000원)라면 공동 소유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스타트업 ‘다르타냥’이 진행하는 이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에 따르면 첫 50유로를 모금하는 이들에겐 평생 성에 무료 입장할 권리와 성의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해 결정을 내릴 권리를 부여한다. 여기에 추가 1유로마다 성을 운영하는 기업의 지분도 받을 수 있어 명실공히 공동소유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
다르타냥의 성 복원 크라우드펀딩은 이미 한 차례 성공을 거둔 바 있다. 2017년까지 진행된 인근 비엔주 ‘드라모트 샹드니에’ 고성 복원 모금에 1만8,000명이 참여해 약 160만유로를 모금했고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복원 작업이 진행된다. 에보피네 성 모금에도 이미 8,000명 이상이 참가했고 80만유로 이상이 모여 성의 소유권은 확보했지만 복원 및 안전을 위한 보강 작업을 위해 추가 모금을 진행 중이다. 복원 계획에는 성채 자체는 물론 성 옆 목재ㆍ석재 공방, 대장간과 마구간, 중세식 여관에 격투장까지 포함돼 있으며 관광객 연간 5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 복원 사업이 사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다르타냥은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다른 위험한 성채나 문화재 복원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립자 로맹 들롬은 가디언에 “세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이것(성 복원)이 성공한다면 수도원과 교회 등에도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보피네 성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시기 프랑스 왕 샤를 7세의 허가로 건설됐으며 루이 11세도 이 성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8세기 말 대형 화재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지만 성탑 4개와 일부 해자가 남아 있다. 1898년 프랑스 정부가 공식 역사 기념물로 지정했지만 붕괴 위기에 놓여 재개발 대상이 될 위험도 있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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