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항공자위대 보유 구형 F-15 전투기를 미국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105기를 추기 구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방위비가 증가하는 것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미국과 고위급 협의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매각 규모와 금액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이 중고 전투기를 미국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현재 총 200여기의 F-1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항공 자위대의 주력 전투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전투기에 탑재된 전자기기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1980년대 초 배치가 시작된 F-15는 전자기기 등 부품 교체만 이뤄지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전투기는 설계상 전자기기를 교체할 수 없는 구형 F-15 100여기가 대상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각의를 통해 구형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F-35로 교체하는 방침을 정하고 미국에 구형 F-15 매각을 타진해 왔다.
미국은 구형 F-15를 다시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해 일본 측의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입장에선 동남아시아 국가에 전투기를 싼 값에 제공, 공군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남중국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도 엄청난 대일무역 적자를 문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압박을 의식해 F-35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는 한편으로 미국에 구형 F-15를 매각함으로써 F-35 도입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도 숨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해양진출 등을 명분으로 매년 방위비를 증액하면서 내년도 방위예산을 사상 최고액인 5조2,574억엔(약 53조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또 2019~2023년 일본 방위사업의 골격이 되는 중기방위계획에서는 5년간 방위비 총액을 27조4,700억엔(약 278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2014~2018년 중기방위계획 당시 책정한 5년간 방위비 총액(24조6,700억엔)보다 2조8,000억엔이 늘어난 것으로, 일본에서도 국방력 강화 기조에 따른 방위비 증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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