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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남매 키우는 것보다 사회적 시선이 더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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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남매 키우는 것보다 사회적 시선이 더 힘들어요”

입력
2018.12.24 18:34
수정
2018.12.24 19: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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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다둥이맘 김진애씨

“왜 많이 낳았느냐 질문에 난감

최근 수원시 주택지원 혜택 받아

차량 소유 땐 차상위 지원 끊겨

출산장려금보다 제도 개선 필요”

8남매 다둥이를 키우는 김진애(앞줄 맨 왼쪽에서 두 번째)씨는 아이들 보다 "왜 그리 많이 낳았느냐"고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힘들게 한다고 했다. 생후 6개월 된 막내가 태어나기 전에 찍은 가족사진. 김진애씨 제공
8남매 다둥이를 키우는 김진애(앞줄 맨 왼쪽에서 두 번째)씨는 아이들 보다 "왜 그리 많이 낳았느냐"고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힘들게 한다고 했다. 생후 6개월 된 막내가 태어나기 전에 찍은 가족사진. 김진애씨 제공

“‘아이를 왜 그리 많이 낳았느냐’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듭니다.”

20일 경기 수원시 한 빌라에서 만난 김진애(40)씨는 아직도 주변 사람들의 편견으로 마음 고생이 심하다고 했다. 8남매의 엄마란 사실이 다른 이들에겐 여전히 부정적인 색안경 속에서 비춰지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가족들과 시장에 장을 보러 가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의 숫자를 세더니 ‘종교적 신념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았느냐. 힘들겠다’고 하는데 기가 찼어요. 살짝 화가 나 ‘아이 많이 낳으라고 강요하는 종교도 있나요’라고 되물었더니 그냥 휙 가버리더라고요.”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냉담한 시선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아직까지는 저를 이상히 여기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냥 다둥이 엄마 정도로만 봐 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는 다둥이 엄마로 살아가기엔 쉽지 않은 사회적인 인식을 이렇게 꼬집었다.

물론, 김씨도 처음부터 다둥이 엄마로 살아갈 생각은 없었다. 당초, 가족 구상엔 3명의 자녀가 들어 있었지만 평소 아이를 너무 좋아한 탓에 계획은 수정됐다.

그는 1999년 스물 두 살 때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5개월 만에 결혼했다. 1년 뒤에 첫째 딸(18)을 시작으로 둘째(16)와 셋째(12)를 낳았다. 하지만 예쁘게 태어난 큰 딸을 보고 마음은 변했고 원하던 넷째(10) 딸을 얻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녀 사랑 덕분에 이후 1~3년 간격으로 내리 4명의 아들을 더 얻게 됐다. 다섯째의 나이는 아홉 살, 여섯째는 일곱, 일곱째는 네 살, 막내는 올 5월에 태어나 6개월 됐다.

결혼 이후 여성이 아닌 엄마로서의 삶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그의 대답은 명확했다. “다둥이 엄마를 선택한 것은 제 자신이죠.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지,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는 게 바로 저에게 주어진 삶인 것 같아요.”

경제적 문제도 부모의 몫이라고 했다. 김씨 가족 한 달 쌀 소비량은 60kg이다. 아이들 입맛이 달라 마트 가서 한 번 장 보면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김씨가 크게 고민했던 집 문제도 최근 해결됐다. 수원시는 김씨와 같은 다자녀 가정에 보증금과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는 ‘수원 다자녀가구 휴먼주택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최근 수혜를 받아서다.

김씨는 “솔직히 육아에 있어 아이들이 사는 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부모인 제가 해결 하기엔 역부족이었는데 수원시에서 큰 도움을 주셨다”며 “이제 우리도 열심히 살면 보면 나은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현실적 육아정책에 있어서의 아쉬움도 전했다.

“제가 셋째를 낳고 출산장려금으로 30만원을 받았는데 지금 셋째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그보다 훨씬 더 크거든요. 돈을 얼마 주면서 애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애를 낳은 엄마가 다시금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과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현실적인 지적이다.

그는 무엇보다 맞춤형 출산 정책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장 제 문제만 하더라도 한 두 개가 아니고 해결책이 없는데 다른 엄마들의 상황은 어떻겠어요. 출산장려금도 좋지만 실제 엄마들이 원하는 게 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육아정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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