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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 DLS 투자자 "원금 못 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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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 DLS 투자자 "원금 못 건질라"

입력
2018.12.25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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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서부텍사스산원유(WTI) 변동 추이/ 강준구 기자/2018-12-2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서부텍사스산원유(WTI) 변동 추이/ 강준구 기자/2018-12-24(한국일보)

국제유가가 두 달 반 만에 40% 이상 하락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 원유 상품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준으로 유가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1배럴당 60달러 이상을 유지하자 투자자들은 원유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다는 전망에 베팅하며 DLS 투자에 나섰지만, 예상이 빗나가면서 투자금이 만기까지 묶인 것은 물론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WTI 선물 기초자산 DLS 미상환잔액은 6,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원유 가격이 발행 당시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만기는 통상 3년이지만 발행 이후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평가일에 유가가 발행 당시의 80~90% 이상을 유지하면 연 5~8%대 이자를 받고 조기상환할 수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더라도 유가가 발행 당시 가격의 50~60% 이상만 유지하면 원금에 약정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올해 상환된 원유 기초 DLS 270종목은 발행 이후 평균 6개월 만에 조기 상환됐으며 수익률도 연 5.71%에 달했다.

그러나 유가 급락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21일(현지시간) 기준 WTI 선물 가격은 45.59달러로 10월 3일 기록한 올해 최고치(76.41달러) 대비 40.3% 하락했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2월 일시적으로 59달러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10월까지 줄곧 60달러 이상을 유지해 왔지만 11월 12일(59.93달러) 60달러를 내준 뒤 한 달여 만인 12월 17일(49.88달러)에는 5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으로 DLS 조기상환이 급격히 감소했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형성됐던 지난 5월 원유나 금, 은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ㆍ원자재 DLS는 공모 기준 11개, 221억원어치가 발행됐는데 첫 조기상환평가일을 맞은 지난달 상환된 DLS는 2개(25억원)에 불과하다. 이달 상환된 상품ㆍ원자재 DLS는 한 종목도 없다. WTI 선물 가격이 6개월 전인 지난 6월(64.73~74.15달러)의 80%에도 못 미쳐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탓이다.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 DLS는 상품별로 발행 당시 유가 대비 50~60% 수준을 원금 손실 기준점(녹인 배리어ㆍKnock-in Barrier)으로 설정해두고 만기 이전에 한 번이라도 유가가 기준점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 없는 조기상환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만기까지 보유하더라도 유가가 상품별로 설정된 수준(통상 발행시점 유가의 70%대)을 넘어서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예컨대 WTI 선물이 74.14달러였던 지난 7월 발행된 ‘한국투자증권 트루 1130호’는 첫 조기상환평가일인 이달 27일 WTI 유가가 발행 당시의 85%(63.02달러)를 넘어야 약정 수익을 받으며 상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유가는 상환 가능선보단 손실 기준점(발행시점 유가의 55%, 40.78달러)에 더 가까운 형편이다.

더 큰 문제는 유가 반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최근 유가 급락이 이란 제재 유예, 미국 원유 생산 증가 등 단기간 해소가 어려운 공급 과잉에서 촉발된 만큼 당분간 저유가는 계속될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 차질 우려가 사라진 가운데 수요 둔화에 대한 걱정은 커진 터라 당장 유가가 의미 있게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며 “WTI 기준 1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반등하려면 내년 2분기쯤 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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