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한 폭탄’ 미중 무역전쟁 지구촌 뒤흔들다
전세계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던 독수리와 곰이 제대로 한판 붙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이 최대 4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들이밀며 상대의 목덜미를 겨누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미국이 2,500억달러(약 281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1,100억달러(약 124조원) 상당의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섰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은 유예기간으로 잡은 내년 2월 말까지 추가 관세를 보류키로 휴전하면서 무역전쟁의 포연이 멎었다. 당장 내달부터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2>시진핑 임기 제한 족쇄 풀고 ‘1인 천하’ 시대로
‘1인 천하’를 구가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올해 상반기는 거칠 것 없는 기간이었다.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할 마지막 장치였던 임기의 족쇄마저 풀었다.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주석 임기 10년 제한 조항을 삭제한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찬성 99.8%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또 ‘시진핑 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도 헌법 서문에 포함시켜 시 주석은 중국의 국부인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랐다. 이로써 2013년 1인자에 오른 시 주석은 당초 임기인 2023년을 넘어 장기 집권을 모색할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갖췄다.
<3>카슈끄지 피살, 중동 정세 ‘게임체인저’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자국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사우디 정부는 ‘우발적 살인’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건의 실체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지시에 따른 암살 작전이었다는 게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젊은 개혁 군주’ 이미지를 내세운 무함마드 왕세자의 국제무대 입지는 크게 좁아졌고, 이 사건은 중동 정세의 판도 변화를 가져온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 실제로 사우디가 개입해 온 예멘 내전은 지난 13일 휴전 합의가 체결되기도 했다.
<4>프랑스 성난 민심 ‘노란 조끼’ 시위에 정부 결국 백기
프랑스의 연말 정국을 뒤흔든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는 지난달 17일 처음 시작됐다. 직접적 계기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 정책이었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서민층의 각종 불만과 정부의 친 시장주의 개혁에 대한 반감이 더해지면서 급기야 ‘마크롱 대통령 퇴진’까지 외치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유류세 인상 철회를 발표했지만, 시위 물결이 날로 거세지자 지난 1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 은퇴자 세금 인상 철회 등 시위대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성난 민심 앞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5> 미 민주당 8년 만에 하원 탈환… 트럼프 독주 제동
11월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했다. 상원은 공화당이 수성했다. 의회 권력이 분점되면서 2020년 대선까지 미국 정치 분열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오바마 케어 폐지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제동을 걸 태세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성 의원들이 대거 배출되는 이른바 ‘핑크웨이브’ 현상도 두드러졌다. 흑인, 무슬림, 성 소수자 출신도 당선되며 정치적 지형도 다양해졌다.
<6>브라질까지 상륙한 우파 포퓰리즘,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
유럽을 휩쓴 우파 포퓰리즘 돌풍이 남미 대륙까지 상륙했다. 지난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탄생하면서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는 막말과 자질 논란에도 13년 간 집권한 좌파 정권의 부정부패와 무능력에 신물이 난 브라질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만큼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피로도와 불신이 컸다. 보우소나루의 등장이 ‘핑크타이드(온건 사회주의)’의 퇴조를 상징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그 앞에 놓인 경제 위기, 치안 불안 등 각종 난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정치적 성공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7> ”일방통행 NO”, 흔들리는 세계의 스트롱맨
세계를 쥐락펴락해온 스트롱맨들의 정치적 입지가 갈수록 흔들린 한 해였다.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과 각종 스캔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더해 성추문 입막음 의혹까지 구체적으로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내년 탄핵 발의를 벼르고 있다. ‘21세기 짜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래 내고 늦게 받는’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치솟으며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무리한 경제 사회 제도 개혁을 추진하다 역풍을 맞고 있다.
<8> 트럼프, ‘이란 핵 협정’ 일방 파기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합의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란이 핵 개발을 계속 추진해왔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미국은 8월 이란과 금, 귀금속, 자동차 거래를 금지한데 이어 11월에는 이란의 생명줄인 석유 수출을 차단하고 이란 중앙은행 간의 금융 거래도 금지시켰다. 이를 어기는 국가와 기업, 개인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다만 석유 금수조치와 관련, 한국과 일본 중국 터키 인도 그리스 이탈리아 등 8개국에 대해선 6개월 한시적으로 예외 기간을 뒀다.
<9>중남미의 비극 카라반
내전과 범죄,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고국을 등진 난민들의 행렬이 유럽을 넘어 아시아, 아메리카로 이어졌다. 수천 명에 달하는 카라반(중남미 출신 이민자)이 미국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군 병력을 배치하고 최루가스까지 발사하며 가로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라반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다”며 연일 반대 여론을 부추겼다. 카라반 이민자들은 기약 없는 미국의 망명 허가를 기다리며, 멕시코 티후아나 임시보호소에 머무르고 있다. 이 밖에도 인종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란한 미얀마 로힝야족,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는 중동 및 아프리카 난민들의 사투도 계속되고 있다.
<10>폭염ㆍ쓰나미ㆍ산불… 세계 곳곳 기록적 재해 속출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기록적인 자연재해가 속출했다. 폭염과 쓰나미 산불이 전 세계에서 기승을 부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여름 전세계 국가 중 51%가 이례적인 고온 현상을 경험했다. 일본은 온열 질환으로만 100명이 넘게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에선 8월과 9월, 12월 강진과 쓰나미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산불로 약 85명이 사망했는데, 단일 산불로는 가장 큰 피해 규모였다.
정리=한국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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