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청와대 상급자의 지시로 민간인 정보 수집” 재차 주장
“텔레그램으로 내부 의사소통… 채팅방서 나와 증거는 없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주장한 전직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인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은 청와대 상급자 지시를 받아 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또 여러 검찰청이 나눠 맡고 있는 수사를 한 곳으로 모아, 특임검사(검찰 내부 관련 사안에서 검찰총장이 별도로 담당검사를 지정해 수사ㆍ공소유지를 맡기는 것)가 이 사건을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수사관의 법률대리인인 석동현(58ㆍ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및 김 수사관 의혹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서울동부지검장 출신의 석 변호사는 2014년 새누리당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자유한국당 부산 해운대갑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김 수사관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석 변호사가 김 수사관 입장과 요구사항 등을 대신 설명했다. 민간인 사찰 관련 정보가 수집된 것이 김 수사관 개인 일탈이라는 청와대 설명에 대해 석 변호사는 “상급자가 구체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기 보다는, (김 수사관이) 입수한 동향 정보나 첩보성 사건에 대해 ‘이렇게 해도 되겠냐’라고 질문하면 ‘해 보라’는 식의 지시ㆍ승인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이 수집한 비(非)공직 관련 첩보가 상급자인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의 묵시적 지시나 승인에 따라 작성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수사관 측은 상급자가 이 같은 지시를 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석 변호사는 “특감반 내부의 의사소통은 텔레그램(보안이 강화된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했는데,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나가라고 하는 말을 듣고 채팅방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주고받은 내용(지시의 증거)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석 변호사는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기밀유출)은 수원지검에,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참모들을 고발한 사건(직권남용 등)은 서울동부지검에 분산돼 있다”며 “김 수사관과 청와대 관계자가 함께 조사받아야 하는 사건이라 한 곳에서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건 비중이나 사회적 관심 등을 감안할 때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조사단을 설치해서 집중적으로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특임검사는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변호사가 검사에게 청탁과 함께 고가의 선물을 제공한 사건)등에서 활용된 사례가 있고, 특별조사단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및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서 구성된 전례가 있다.
또 석 변호사는 김 수사관이 골프 접대나 인사 청탁 등 개인 비위가 공개되자 보복성 조치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수사관은 공익 목적의 내부 고발자”라며 “지금 불이익을 받는 이유가 개인적 일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특감반 근무 중 (여권 인사들의 비위 정보까지 수집하며) 소신껏 감찰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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