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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정적(靜寂)] 도전(挑戰)

입력
2018.12.25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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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한 방에 좌정하여 한 해를 돌아본다. 내가 실수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아쉽고 후회할만한 것들은 무엇인지 복기해본다. 아니 2019년에 내가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 상상해본다. 지금부터 2,000년 전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사제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다가, 유난히 빛나는 별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그 별을 발견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그 별을 관찰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랜 관찰을 통해 그 별이 움직인다고 확신하였다. 복음서는 세 명의 사제가 그 별을 따라 이스라엘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 와서 아이 예수를 발견하였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크리스마스 스토리다. 이들은 왜 별들을 따라왔을까? 소위 동방박사 이야기는 미국인들의 달나라 탐험정신과 유사하다.

지금부터 50년 전, 세 미국인이 그들의 고향 지구를 떠나 낯설고 위험한 장소로 갔다. 우리가 매일 밤 두 눈으로 볼 수 있으나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 신비하고 매력적인 노란 곳, 바로 달이다. 그들은 아폴로 우주선 8호선을 타고 달 주위를 돌다 지구로 돌아왔다. 지구의 모양을 유지하는 힘인 중력이 이들의 우주선을 지구로 단단히 잡아당기자, 이들은 명실공히 우주 안에 존재하는 셀 수 없는 행성 중 가장 가까운 달을 방문한 첫 지구방문객이 되었다. 이들의 초현실적인 경험은 그들이 지구로 돌아온 사흘 후인 1968년 12월 30일에 모든 지구인들에게 전달되었다. 나사는 이들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달 주위를 돌면서 찍은 지구 사진을 발표하였다.

이 사진은 우리가 흔히 보는 일출(日出)이나 월출(月出)이 아니라 ‘지구의 등장’인 ‘지출(地出)’이다. 이 이미지는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을 완전히 전복시켜 당황하게 만들어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구는 여전히 내가 아직 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다. 나는 그 미지의 장소에서 잠시 존재하는 동물이다. 그런 지구를 누군가 저 멀리 달에서 사진으로 찍은 것을 보는 기분은 묘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사진 앞에서 침묵하는 일이다. 나도 모르게 가만히 눈물이 흘러내린다. 세 우주인중 한명인 윌리엄 앤더스가 사진을 찍은 때 손은 떨렸을 것이고, 자신이 카메라의 눈으로 본 믿을 수 없는 이미지인 지구에 넋을 잃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것이다. 지구는 암흑이라는 공간에 홀로 갸우뚱하게 뛰어나와 자신의 상부만 보여준 채 불안정하게 서 있다. 그 밑에는 달의 일부분이 사선으로 드러났다.

윌리엄 앤더스의 사진만큼 충격적인 지구사진이 있다. 앤더스의 사진은 인간이 자신이 서식하는 장소를 객관적으로 처음 보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면, 우주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발렌타인 데이에 송출한 지구사진은 우주 안에서 지구의 미세한 위치를 깨닫게 해준다. 보이저 1호는 나사가 보낸 우주탐사선으로 1977년에 떠나 아직도 임무수행 중이다.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떠나 외롭기 한이 없고 우리가 아는 시간과 공간 개념이 왜곡되거나 무시당하는 인터스텔라로 나오다가 문뜩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쳐다보았다. ‘알 수 없음’의 끝에서 우리의 살고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을 사진에 포착한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점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저기가 우리 보금자리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그 위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우리가 한번쯤 들어보았던 모든 사람, 한번은 존재했던 모든 인간이 살았습니다...지구는 광대한 우주라는 극장의 매우 작은 무대입니다. 이 점의 작은 부분을 순간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군들과 황제들이 피의 강을 흘려보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이 점의 한 영역에서 거주하는 자들이 거의 구분되지 않는 다른 영역에 거주한 이들에게 행한 끊임없는 잔학한 행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오해하고, 서로를 죽이려 하고, 서로를 증오하는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자는 미국 대통령 J. F. 케네디다. 그는 1961년에 10년 안에, 미국인을 안전하게 달로 보내겠다는 야심차고 극적인 계획을 국회 특별 양원합동회의에서 발표한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1962년 9월 12일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라이스대학 미식축구 운동장에서 연설한다. 대부분의 관객은 어린아이였다. “저 우주에는 분쟁도, 편견도, 국가 간의 갈등도 없습니다. 그곳을 가고자 할 때 따르는 위험은 많습니다. 그것을 정복하기 위해 인류는 자신의 최선을 보여주어야 합니다...그러나 사람들을 물을 것입니다. 왜 달이냐고? 왜 이것이 우리의 목표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들은 왜 높은 산을 등산하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왜 35년 전에 대서양을 비행했느냐고... 우리는 달에 가기를 선택하였습니다. 우리는 십년 안에 달에 가기로 선택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목표가 우리 힘과 기술의 최선을 정돈하고 측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전(挑戰)이란 우리가 기꺼이 수용하는 것이며, 기꺼이 연기하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2018년 크리스마스에 나 자신에 묻는다. 나는 동방박사의 별을 발견하였나? 내가 2019년에 도전할 만한 임무는 무엇인가?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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