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46%)가 긍정 평가(45%)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데드 크로스’ 현상이다. 지지율 역전 이후 국정운영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레임덕에 빠졌던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춰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지율의 지속적인 하락과 함께 대통령 권위가 추락하고 권력 내부 균열 및 측근 비리, 친인척 비리가 발생하는’ 레임덕의 5가지 특징을 열거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미 두세 개의 레임덕 징후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 역대 정권에서는 유독 집권 2년 차 징크스가 강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집권 2년 차를 맞은 노태우 정부의 경우 20%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끝내 반등시키지 못하고 조기 레임덕에 빠졌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성수대교 붕괴 등 온갖 안전사고가 집권 3년 차의 데드 크로스로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옷로비 의혹 사건 등 집권 2년 차에 집중된 각종 게이트가 레임덕의 전조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
□ 노무현ㆍ이명박 정부는 패턴이 조금 달랐다. 노무현 정부는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로,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파동으로 집권과 동시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집권 첫해에 데드 크로스를 맞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듬해 총선의 역전승에도 불구하고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추월하는 ‘골든 크로스’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 차 말에 골든 크로스에 성공한 뒤 이듬해까지 40% 중반대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했다. 여론분석 전문가인 한국리서치 정한울 박사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중도실용노선과 공정사회론을 요인으로 지적했다.
□ 역대 정권에서 데드 크로스는 대체로 레임덕의 전조가 됐다. 그렇다고 데드 크로스 한 번으로 레임덕에 빠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처럼 지지율 반전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 교차는 주간별 조사의 결과에 불과하다. 분기별 수치로는 아직도 긍정 평가(60%)가 부정 평가(30%)의 두 배로 견고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 진입에 앞서 예사롭지 않은 징후를 경계해야 마땅하지만 지지율 하나로 위기를 증폭시킬 일도 아니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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