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후장대 조선소·태화강 떼까마귀… 산업·생태가 합승했네

입력
2019.01.04 04:40
수정
2019.01.04 11:04
15면
0 0

[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울산

현대중공업과 석유화학단지가 웅자를 자랑하는 한국 중공업 1번지 울산만 전경. 울산도시공사 제공
현대중공업과 석유화학단지가 웅자를 자랑하는 한국 중공업 1번지 울산만 전경. 울산도시공사 제공

“야~~이래서 울산을 산업 수도라 하는구나.”

꾸불꾸불 장승포항 어귀를 돌던 2층 버스가 울산대교에 올라서자 강폭을 넓힌 태화강과 광활한 울산만이 조우하는 확 트인 시야가 펼쳐지면서 여기저기 관광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태화강 상류 쪽에는 연산 능력 180만대를 자랑하는 단일 규모 세계 최대인 현대차 울산공장이, 아래쪽 염포만에는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세계 최대 중형선박 조선소 현대미포조선이 떡 하니 위용을 자랑한다.

◇울산대교에 올라서니 ‘한국 중공업 1번지’가 한눈에…

반대편에는 SK에너지ㆍ케미칼 울산공장 등 석유화학단지가 건너편 ‘현대월드’와 자웅을 겨루는 듯하다. 그야말로 ‘중후장대’ 한국 중공업의 일번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울산이 산업 수도로 성장하면서 한 때 울산 경제를 견인하던 수산업은 자리를 내줘야 했다.

울산만 한쪽 장생포항에는 옛 고래어업전진기지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장생포항 골목을 돌아보다 보면 1960~70년대 고래파시가 열릴 때쯤 ‘돈도 귀찮다는 듯’ 만원 지폐를 물고 다니던 개들이 보이는 듯 하다. 그 시절에는 개도 만원권을 물고 다닐 만큼 돈과 사람이 넘쳤단다. 지금은 제주도 모슬포가 ‘방어’ 어업의 중심지가 됐지만 한때 방어가 지천으로 잡혀 이름 붙인 방어진항도 옛 영화를 가슴에 품은 채 고즈넉한 어촌의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울산은 속살을 들여다보면 7대 특ㆍ광역시 가운데 가장 면적(1,057.1㎢)이 넓은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 명승지도 아주 많다. 산업도시 색채가 워낙 짙다 보니 가려진 면이 있지만, 대왕암과 태화강, 영남알프스 등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자연경관이 곳곳에 펼쳐진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생태도시인 것이다. 다양한 색채를 지닌 울산을 둘러보는데 울산시티투어가 제격이다.

◇순환형은 장생포항 울산대교 대왕암공원 태화강대공원이 초점

울산시티투어는 순환형코스와 테마형코스로 나뉜다. 순환형코스는 도심을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예약 없이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시내버스처럼 계속 운행된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려서 충분히 둘러 보고 다음 차를 타면 된다. 옛 고래어업전진기지 장생포항과 대왕암공원 태화강대공원 등이 순환형의 주요 관광 포인트다. 장생포항 고래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고래와 포경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실제 고래뼈와 포경이 허용되던 당시 사용하던 도구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유영하는 돌고래를 직접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운이 좋다면 돌고래를 만져볼 수도 있다. 생태체험관 앞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고래문화마을로 갈 수 있다. 고래문화마을은 1970~80년대 장생포 마을의 모습을 재현해놓고 있다. 당시 학생들의 교복을 빌려 입고 추억에 젖을 수 있다.

해송과 화강암 바위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대왕암공원. 울산시 제공
해송과 화강암 바위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대왕암공원. 울산시 제공

울산대교는 다리 주탑 간 거리(단경간)가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이다. 대왕암공원에 들어서면 100년이 넘은 해송숲이 장관을 이룬다. 누런 화강암이 대왕의 기개로 바다로 도약하는 듯한 대왕암 공원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온으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울산의 명물인 태화강대공원에는 광활한 대나무 숲이 눈에 띈다. 10리에 걸쳐 대나무숲이 펼쳐져 십리대숲이라 불린다. 대숲 주변에는 철마다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정원이 장관을 연출한다. 봄에는 양귀비, 여름에는 코스모스, 가을에는 국화가 관광객을 맞는다.

◇태화강에서 겨울 진객 떼까마귀 군무에 넋을 잃고…

겨울 태화강에는 꽃 대신에 엄청난 손님이 찾아온다. 까마귀 떼다. 시베리아와 만주에서 날아온 떼까마귀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울산에 머물며 먹이 활동을 한다. 10만여마리가 매년 울산을 찾고 있어 단연 세계 최대 도심 속 철새 무리다. 울산의 자연환경이 건강한 생태도시로서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떼까마귀는 울산 대숲에 둥지를 틀고 울산 외곽의 농촌이나, 경주, 포항, 김해 등의 농경지로 날아가 먹이를 먹는다. 떼까마귀는 시민들의 출근시간에 먹이 활동을 하러 대숲을 떠났다가 퇴근시간쯤에 다시 날아든다. 철새들도 출퇴근이 있는 것이다.

태화강 겨울진객 떼까마귀의 군무. 울산시 제공
태화강 겨울진객 떼까마귀의 군무. 울산시 제공
심신을 치유하는 힐링의 숲, 태화강 십리대숲. 울산시 제공
심신을 치유하는 힐링의 숲, 태화강 십리대숲. 울산시 제공

울산도시공사는 이때에 맞춰 동절기 야간시티투어인 생태관광코스를 운행하고 있다. 오후 4시 반에 출발해 까마귀가 둥지로 들어가면서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울산대공원의 빛 축제를 감상하는 코스다. 현재 세가지 코스가 운행중으로 코스마다 소요시간이 달라 여행 계획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테마형코스는 하루에 한 번씩 운행되는 코스로 사전 예약이 필수로 예약자가 5명 이상이 돼야 운행하며 해설사가 동승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역사ㆍ해안ㆍ산업탐방과 생태관광, 테마형코스도 운행

테마형코스는 상설코스와 계절코스로 나뉘는데 상설코스는 역사ㆍ해안ㆍ산업탐방코스 세 가지다. 계절코스는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운영하는 코스로 생태관광코스가 해당한다.

역사탐방코스에서는 울산의 국보인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둘러볼 수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냥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울산시민의 식수원과 연계돼 있어 사연댐 수위를 놓고 ‘문화재 보존과 시민 식수원 확보’란 두 가지 양립할 수 없는 문제가 얽혀 있기도 하다. 천전리각석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글이나 그림을 새긴 바위이다. 천전리각석은 실물 바로 2m 앞까지 접근이 가능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자녀의 역사교육에도 효과적이다. 해안탐방코스는 울산이 해안 도시인 점을 강조한 코스이다. 울산박물관에서 울산의 역사와 발전상을 본 후 울산의 특산품인 옹기를 굽는 옹기마을로 향한다. 옹기마을에서는 장인들이 옹기를 만드는 모습일 직접 볼 수 있고, 옹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육지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간절곶. 울산도시공사 제공
육지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간절곶. 울산도시공사 제공

◇간절곶에서 맞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이제 버스는 육지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곳 간절곶을 향해 달린다. 간절곶에서는 확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전망 좋은 카페에서 진한 커피향에 젖을 수 있다. 또 매점에 들러 엽서를 구입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낼 수도 있다. 여기서는 느린 편지가 이색적이다. 느린 편지를 선택하면 1년 후에 받을 수 있어 1년 후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보내는 사람이 많다고 울산도시공사 박용성 대리는 귀띔했다.

산업탐방코스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기둥인 자동차와 조선소 공장을 직접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 문화회관에서는 현대자동차의 발전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서 한국 중공업의 심장을 마주 하고

처음 생산한 차량과 엔진 개발의 일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도 쏟아진다. 아울러 각 공장에서 자동차가 제작되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자동차선적 전용부두에서는 수천 대의 차량이 선적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도 장관을 연출한다. 최근 한 해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승용차 기준)가 15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능력(170만대)이 얼마나 큰지 가늠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일대기를 시대별로 설명하고, 우리나라와 울산의 경제 발전에 현대중공업이 기여한 내용을 해설로 들어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배를 만드는 이곳 조선 독(dock)에서는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순환형과 테마형으로 운행하는 울산시티투어버스. 울산도시공사 제공
순환형과 테마형으로 운행하는 울산시티투어버스. 울산도시공사 제공

2015년부터 시티투어버스 운영을 맡고 있는 울산도시공사는 현재 5대의 시티투어버스를 투입하고 있으나 올해 2대를 추가 도입하고 노후된 1대는 퇴출시킬 계획이다. 또 순환형코스도 4일부터 외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KTX 울산역과 연계한다. 울산도시공사는 현재 전체 승객의 30~40% 정도를 외지 관광객으로 보고 조만간 전수조사를 실시해 전반적인 운영 상황 개선에 나서는 등 활성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최근 관광산업 진작에 부쩍 힘을 쏟고 있는 울산시도 시티투어버스 지원에 적극적이다.

울산도시공사측은 “아직 울산에는 숨겨진 관광지가 많아 지속적으로 관광지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상품을 만들어 시티투어버스를 울산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시티투어노선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울산시티투어노선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